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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악재 넘치는데, 글로벌 증시 반등하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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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글로벌 증시가 모처럼 반등세다. 사진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AP=연합뉴스]

글로벌 증시가 모처럼 반등세다. 사진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AP=연합뉴스]

“배드 이즈 굿(Bad is Good)”

지난 이틀간 증시 상황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문구다.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악재가 곧 호재’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국내·외 증시는 일시적으로 반등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다우 지수는 2.8%, S&P500 지수는 3.06%, 나스닥 지수는 3.34% 급등했다.

전날 3대 지수 모두 2%대 상승 마감한 데 이어 이날도 2%가 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 2200선을 탈환한 데 이어 5일 0.26% 오른 2215.22에 장을 마쳤다. 경기 침체를 알리는 ‘나쁜’ 신호가 오히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으로 번진 결과다.

실제로 시장엔 악재가 넘친다. 우선 3일(현지시간)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 스위스(CS)의 파산 가능성이 불거지며 ‘제2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CS의 주가는 장 초반 11.5%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글로벌 자산 시장은 이를 되레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CS의 자본과 유동성이 모두 건전해 보인다(JP모건)”는 평가에 안도한 탓도 있지만, 시장에서 Fed를 향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4일 미국의 공급관리협회(ISM)가 공개한 9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9를 기록한 점도 ‘악재는 곧 호재’란 심리에 불을 지폈다. 이는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이자 시장 예상치(52.2)를 크게 하회한 수치다. Fed는 역사적으로 PMI가 50선을 하회하면 경기 둔화 신호로 해석해 긴축 정책을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의 8월 채용공고 역시 약 1005만 건에 그쳤다. 이런 암울한 지표는 Fed의 정책 전환(피벗·Pivot) 가능성을 높이면서 긴축에 대한 시장의 부담을 덜어내는 역할을 했다. 덕분에 지난주 장중 4%대까지 치솟았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61%(4일 종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호주중앙은행(RBA)이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데 그친 점도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속도 조절론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각종 지표가 나빠져서 금리 인상이 더뎌질 수 있다는 기대를 자극하고 있다”며 “호재에 목마른 시장이 나쁜 뉴스를 호재로 받아들이면서 ‘데드 캣 바운스(폭락 속 일시적 반등)’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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