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이재용·손정의 만났다..."세계적 팹리스 ARM 전략 협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만나 장기적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중앙포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만나 장기적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중앙포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4일 회동했다. 두 사람은 삼성전자와 세계적인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ARM이 중장기적으로 협력관계를 맺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복수의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이 부회장과 방한 중인 손 회장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코퍼릿클럽에서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장(사장), 노태문 MX(모바일경험)부문장(사장) 등 삼성 측 최고경영진과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 등이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은 만찬을 겸해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4일 오후, 두 회사 최고경영진도 배석  

손 회장은 지난 1일 방한했다. 앞서 외신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번 (서울) 방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삼성과 ARM의 전략적 협력을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역시 지난달 해외 출장 귀국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손정의 회장이 다음 달(10월) 서울에 오면 뭔가 제안을 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손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일본 도쿄에 머무르다 3년 만의 첫 해외 출장지로 서울을 택했다. 이 부회장과 이번 회동을 통해 삼성전자와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손 회장은 ARM 지분 매각이나 프리 IPO 투자(상장 전 지분 투자)가 아닌, 삼성과의 장기적 포괄적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ARM은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의 구조 방식을 설계해 삼성전자·퀄컴·애플·엔비디아 등에 판매하고 있다. 모바일 AP 설계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손 회장은 수년 동안 공을 들여 2016년 310억 달러(약 44조원)에 ARM을 인수했다. 소프트뱅크가 모회사로 ARM의 지분은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각각 75%, 25%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때 시장에서는 당초 손 회장이 비전펀드 손실로 ARM 지분 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몸값이 최대 80조~100조원까지 거론되는 데다 주요 국가에서 반독점 이슈가 제기되면서 삼성의 인수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으로 돌아섰다. 소프트뱅크 측은 매각보다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영국 런던증권거래소 등에 상장을 검토해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RM 상장 시 프리 IPO 과정에서 일부 지분을 인수해 협력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손, ARM 매각 의지 크지 않다는 관측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발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어온 손 회장이 삼성전자 외에도 한국의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와 손잡고 지난해 일본에서 라인·야후재팬 합작사(A홀딩스)를 출범하며 글로벌 기술 산업에서 G2(미국·중국)를 견제할 제3극을 노리겠다는 포부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삼성전자가 ARM에 투자할 경우 설계자산 가격 협상에서 유리해지고, 주력 제품인 모바일 AP 설계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업계는 ARM의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설계 역량 역시 삼성이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 손 회장의 방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도 취재진에 손 회장이 뭔가 제안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인수를 생각하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의 면담에 대해 “확인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