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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하러…" 한국 온 손정의 회장, 이재용·최태원 만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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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중앙포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중앙포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1일 방한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과 소프트뱅크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ARM 지분 인수합병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손 회장은 이날 오후 4시께 전세기 편으로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 목적에 대해선 “비즈니스 목적”이라고 답한 뒤 준비된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그는 일주일가량 한국에 머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한 중 손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삼성전자의 ARM 인수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ARM의 유력한 M&A 후보로 거론돼왔다.

지난달 21일 이재용 부회장은 남미·영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ARM에 대한 M&A 가능성을 묻자 “다음 달(10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서울에 온다. 그때 그런(M&A) 제안을 할 듯하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도 손 회장이 “(서울) 방문을 고대하고 있다. 삼성과 전략적 동맹(Strategic Alliance)에 관해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프트뱅크 대변인의 말을 빌려 전했다.

기업 M&A 과정에서 기업 총수가 거래 정보를 직접 공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재계에선 두 기업이 사전에 인수 방식이나 금액과 관련해 상당 부분 의견 일치를 봤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990년 창립한 ARM은 모바일 기기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독보적 업체다. AP 반도체를 설계하고 지적재산권(IP)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삼성전자·퀄컴·애플(모바일 AP), 엔비디아(GPU·그래픽 프로세서) 모두 ARM의 설계를 바탕으로 한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314억 달러(당시 약 36조원)에 ARM을 인수했다. 이후 지분 25%를 자회사인 비전펀드에 매각해 소프트뱅크와 비전펀드가 각각 75%, 25%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손 회장은 ARM 인수 당시 “100년 앞을 내다본 투자”라며 만족해했지만, 비전펀드의 잇단 투자 실패로 ARM을 매물로 내놓았다.

2020년 9월 엔비디아가 400억 달러(약 56조원)에 인수를 시도했지만, 미국·영국의 반독점 기구 승인을 얻지 못했고 지난 2월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이후 손 회장은 재매각과 기업공개(IPO)를 지속해서 추진해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 [중앙포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 [중앙포토]

다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이 ARM을 단독 인수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엔비디아와 마찬가지로 반독점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기 어려울뿐더러, 삼성전자가 인수할 경우 ARM의 AP를 채택하고 있는 애플 등 경쟁 업체의 반대도 거셀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가격도 걸림돌이다. 업계에선 ARM의 기업가치가 600억 달러(약 8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지난해 엔비디아의 인수 예정 금액보다 200억 달러(약 29조원) 가까이 뛰었다.

때문에 업계에선 손 회장이 이번 방한 기간에 이 부회장뿐 아니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도 만나 컨소시엄을 통한 지분 참여 방식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특정 기업이 ARM을 인수하는 걸 반도체 생태계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국가 업체들과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 지분 확보를 통한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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