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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신뢰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구글은 지난 2019년 11월, 게임 서비스 스타디아(Stadia)를 출시하면서 게임 산업에 진출했다. 구글은 게임을 다운로드하지 않고도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였기 때문에 신속한 반응이 중요한 게임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소비자들이 의구심을 가졌다. 사람들의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고, 출시 직후부터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았다. 결국 구글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스타디아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 발표가 나온 직후 한 테크 전문 언론에서는 “스타디아가 실패한 것은 아무도 구글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해서 눈길을 끌었다. 구글은 새로운 영역에 쉽게 진출하는 실험적인 정신을 갖고 있지만, 조금 해보다가 큰 성과가 단기간 내에 나타나지 않으면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글이 중단한 서비스를 모아둔 ‘구글 공동묘지’라는 웹사이트까지 있을 정도.

하지만 게임은 그렇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게이머들은 자신이 하는 게임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기 때문에 기업이 서비스에 진심이 아니면 선뜻 사용을 시작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구글은 쉽게 서비스를 중단하는 기업이라는 평판이 있었고, 그 결과 사람들은 서비스의 지속성을 의심하며 스타디아를 사용하기 꺼렸다는 것이다. 구글은 그런 불안을 증명이라도 하듯 3년을 채우지 않고 서비스를 중단했으니 구글의 새로운 서비스는 더더욱 믿기 힘들어지게 된 셈. 게다가 발표 두 달 전에 “스타디아가 문을 닫는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공식입장을 내놓은 터라 이를 믿었던 소비자들은 이래저래 실망했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