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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점령지 합병 후 계엄령 선포, 대테러작전으로 전환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6일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에서 러시아 영토로 합병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6일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에서 러시아 영토로 합병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합병절차가 마무리되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과 모스크바 24 등이 해당 지역 관리를 인용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이를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합병 선언 후 '대테러작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루한스크공화국(LPR)과 도네츠크공화국(DPR) 수장들은 이르면 30일 발표될 러시아 연방 합병 후 러시아 당국과 계엄령 선포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오니드 파센치크 LPR 수장은 타스에 "합병될 경우 우리는 러시아 연방이 될 것이고 러시아에 이런 결정을 내릴 사람들이 있다고 본다. 우리는 공동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앞서 26일 아나톨리 비보르니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안보위원장은 "테러 작전 체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의 새로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테러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대테러 작전 체제가 필요할 수 있다"며 "비슷한 체제가 체첸에 도입된 적이 있으며, 이 지역에서 테러단체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으로 끝났다"고 했다. 또 특별 군사 작전은 대통령이 내리지만, 대테러 작전은 연방 보안 책임자가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자치정부 수반도 돈바스와 자포리자·헤르손 주가 러시아 영토로 편입되면 지금까지의 특별 군사 작전은 사실상 대테러 작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타스가 전했다.

돈바스의 LPR과 DPR 및 자포리자·헤르손 주에서 진행되는 합병 주민투표를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반면 러시아는 속전속결로 합병 절차를 마무리한 뒤 이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 측 공격을 자국 영토에 대한 테러로 간주하고 대처할 가능성이 커졌다.

27일 마무리되는 합병 주민투표는 4곳 모두 투표율 50%를 넘겼다. 특히 LPR은 83.61%의 투표율을 기록 중이다. 러시아 측은 투표율 50%를 넘기면 유효하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계엄령 선포 여부에 관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아는 것이 없다. 현재로선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 발포 후 징집에 대한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다. 타스와 독립매체 미디어조나 등에 따르면 징집을 반대하는 시위대는 화염병 등으로 군 사무소 17곳을 불태웠으며, 러시아 당국은 이날까지 시위대 2400명을 구금했다. 시위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해 칼리닌그라드, 니즈니노브고로드, 볼고그라드 등 러시아 전역에서 잇따르고 있다.

징집 대상자들은 군 사무소에 대한 방화뿐 아니라 스스로 불을 지르기도 했다. 26일 모스크바 남동쪽 랴잔에 사는 한 남성이 징집 버스 앞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며 분신을 시도했다. 이후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출동했으며, 남성은 전신의 90%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기 난사 사건도 있었다. 26일 이르쿠츠크주 우스트 일림스크 지역에선 20대 남성 루슬란 지닌이 군 동원센터에 총기를 난사해 징집 장교 한 명이 중태에 빠졌다. 지닌의 어머니는 현지 언론에 "아들이 군대 경험이 없는 친구가 소환장을 받아 화가 났다. 부분 동원이 아니라 알고 보니 모두를 데려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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