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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가장 위험한 여성"…伊총리 유력, 45세 그녀가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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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5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우파연합의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당(FdI) 대표가 사상 최초 여성 총리 등극을 앞두고 있다. 그가 차기 총리가 되면 이탈리아는 파시즘의 원조 격인 베니토 무솔리니(1922~43년 재임)의 몰락 이후 79년 만에 극우가 집권하게 된다.

 지난 11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극우 포함된 우파연합, 여론조사 1위

이번 총선은 지난 7월 연립정부(연정) 붕괴로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가 사임함에 따라 치러지게 됐다. 총선 여론조사 공표 금지일(9일)의 이틀 전 발표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 우파연합이 좌파연합을 20%포인트(p) 차이로 크게 앞섰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라 델라 세라’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극우당인 FdI의 지지율은 25.1%로 1위다. FdI와 우파연합을 이루고 있는 동맹당(Lega)은 12.5%로 4위, 전진이탈리아당(FI)은 8%의 지지율을 기록해 5위다. 우파연합 전체 지지율은 45.6%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에 맞선 좌파연합은 지지율은 30%가 채 안된다. 구심점인 민주당(PD)은 2위 자리는 지켰지만, 지지율 20.5%로 지난달 말(23%)보다 2.5%p 하락했다. PD와 동맹을 맺은 아치오네와 에오로파 등 중도 성향 정당들의 지지율은 10%에도 못 미친다. 좌파연합 전체 지지율은 27.7%다. 3위는 좌‧우연합에 끼지 않은 이탈리아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14.5%)이다.

코리에라 델라 세라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FdI가 이끄는 우파연합은 하원 400석 중 249석, 상원 200석 중 121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원 모두 여유있게 과반을 차지한단 의미다.

지난달 이탈리아 안콘나에서 조르자 멜로니의 선거 유세에 지지자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이탈리아 안콘나에서 조르자 멜로니의 선거 유세에 지지자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 지지' 멜로니, 친러 인사와 동맹

지난 총선에서 지지율 4%대의 군소 정당이던 FdI는 불과 4년 만에 이탈리아 최대 정당을 눈앞에 뒀다. 멜로니 대표는 15세 때 네오 파시스트 성향의 정치단체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의 청년 조직에 입당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MSI는 1946년 파시즘 창시자인 베니토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창설했다. 이후 2006년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2009년 실비오 베를루스쿠니(85) 내각에서 청년부 장관을 맡았다. 당시 31세로 역대 최연소 장관이었다. 2012년 MSI를 이어받은 FdI를 창당하고 2014년부터 대표직을 맡았다.

그는 마테오 살비니(49) 동맹당 당수와 함께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으로 꼽힌다. 난민과 이민자 수용, 성 소수자 옹호에 특히 부정적이다. 이탈리아 군대를 보내 리비아 해안을 봉쇄해 아프리카 난민의 유입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성애자 커플의 입양 문제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유럽의 다른 극우 정치인과 달리 친(親) 나토,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밝히며 유연한 태도로 자신을 차별화하고 외연을 확장했다.

지난해 2월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가 거국 내각을 구성할 당시, 주요 정당 중 유일하게 내각에 참여하지 않고 야당을 지킨 것도 존재감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마크 라자르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지난 정권에 불만을 품은 이탈리아인이라면, 지금은 딱 하나의 선택지밖에 없는 것”이라고 FdI의 급부상에 대해 설명했다. 영국 매체 더타임스는 “멜로니의 차기 행선지는 키지 궁전(이탈리아 총리 공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5년 당시 튀르키예 에르도안 총리(현 대통령, 가운데)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함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앞에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05년 당시 튀르키예 에르도안 총리(현 대통령, 가운데)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함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앞에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獨슈테른 "멜로니,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

국제 사회는 ‘여자 무솔리니’로 불리는 파시스트 정치인 멜로니가 이탈리아 차기 총리가 되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우파연합에 속한 친러 인사들이 차기 정부에서 권력을 잡으면, 유럽의 대(對)러 단일대오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물러나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의회 과반 확보에 실패한 상황에서 이탈리아에 극우 정권이 들어서면, 러시아의 지도자는 (유럽의 협력을 깰) 기회가 왔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우파연합의 일원인 살비니 동맹당 당수는 과거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 총리이자 FI 대표인 베를루스코니 역시 20년간 푸틴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대표적인 친러 인사다. 포린폴리시는 “베를루스코니가 차기 정부의 중책을 맡게 될 경우, 푸틴이 이를 지렛대 삼아 EU 분열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맹당 당수 마테오 살비니(오른쪽)가 푸틴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 옆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동맹당 당수 마테오 살비니(오른쪽)가 푸틴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 옆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멜로니의 반EU 성향도 유럽의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는 최근 연설에서 “이 나라를 억압하는 권력체제(EU)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라면서 EU 체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은 멜로니를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이라고 지칭하며 우려를 표했다. 매체는 “멜로니가 EU로부터 코로나19 회복 기금을 받아내기 위해 겉으로는 친유럽의 탈을 쓰고 있지만, 언제 태도가 달라질지 알 수 없다”며 “EU와 유로존에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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