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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굴욕' 마크롱, 프랑스 총선서 과반확보 실패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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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지 두달도 되지 않아 ‘협치 시험대’에 올랐다.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범여권이 의회 과반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AFP는 5개 여론조사 기관들이 부분적인 개표 결과를 토대로 내놓은 예측치를 인용해 이처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르네상스당을 포함한 여권 ‘앙상블’의 의석수는 200∼260석으로 과반(289석)에 크게 미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재 마크롱 대통령의 정당과 협력 정당의 의석 345석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물론 1주일 전 1차 투표 직후 나온 예측치 225~310석의 하단에 걸치거나 미달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예측대로라면 프랑스에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여당이 국회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가 이끄는 좌파연합 ‘뉘프’(NUPES)는 149∼200석을 얻어서 제1 야당 지위가 확실시된다. 지난 대선에서 3위를 기록하며 선전한 멜랑숑은 은퇴연령 60세로 하향, 최저임금 15% 인상, 생필품 가격 동결, 기후변화 방지를 공약으로 걸고 민심을 파고들었다. 멜랑숑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마크롱의 선거 실패”라며 “이제 모든 가능성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마린 르펜 대표가 이끄는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은 60∼102석으로 역대 최고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총선에서 8석을 얻는 데 그친 국민연합이 이번 총선에서 15석 이상 확보해 의회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걸 목표로 했는데 기대 이상 선전했다.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맞붙었던 르펜 대표는 좌우 양측의 모든 애국자를 단결시키겠다고 말했다. 중도우파인 공화당(LR)은 40∼80석을 차지하며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전국에서 뽑힌 임기 5년 하원의원 577명은 4월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과 임기를 거의 같이 한다. 12일 1차 투표에서 1위 후보와 등록 유권자의 12.5%가 넘는 표를 확보한 2∼4위 후보들이 결선에서 다시 붙어서 최종 승자를 겨뤘다.

예측대로 여당이 의회를 확실히 장악하지 못하면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2기 국정 운영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감세, 연금 개혁, 은퇴 연령 62세에서 65세로 상향 등의 공약을 추진하려면 의회 내 다른 세력과 협력해야 하므로 추진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뿐 아니라 외교에서 국내 정치로 초점이 이동하면서 프랑스를 넘어 유럽 전반에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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