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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암호화폐 수사해야" 檢 의견에도…'검수원복'서 빠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검찰청이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으로 통칭하는 검찰청법 시행령(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이 시행(지난 10일)되기 전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관련 범죄 행위도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대검은 입법예고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수사개시규정 입법예고 안(案)에 대한 의견’을 법무부에 제출했다. 21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이 의견서에 따르면, 대검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 범죄에 대한 대응 역량 유지라는 측면에서 ‘검사의 수사개시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내용에 공감하지만, 실무상 문제 되는 일부 범죄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로 포함하는 걸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개시 범위 확대를 주장했다.

대검은 지난달 29일 검찰청법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 대한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대검은 지난달 29일 검찰청법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 대한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대검 “경제범죄에 가상자산 범죄 포함해야”

특히 대검은 개정 검찰청법상 검사에게 수사개시 권한이 주어진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중요범죄’(검찰청법 4조) 중 경제범죄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의무 위반죄를 포함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특금법은 가상자산사업자에 ▶상호 ▶대표자 성명 ▶사업장 소재지 ▶연락처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및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에 관한 자료 ▶호스트 서버의 소재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대한 금융정보분석원(FIU) 신고 의무를 부여하고(7조),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의 위법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2020년 3월 신설됐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자금세탁 방지 의무 국제기준 이행 요소 중 하나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면허제와 그 위반자에 대한 수사, 적절한 제재 등을 회원국에 권고하면서다. 그동안 금융 규제 바깥에 있던 암호화폐 거래 사업 관련 국내 첫 규제였다.

대검이 지난달 29일 법무부에 제출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검찰청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에는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관련 미신고 사업 행위도 검찰청법상 '경제범죄'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담겼다.

대검이 지난달 29일 법무부에 제출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검찰청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에는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관련 미신고 사업 행위도 검찰청법상 '경제범죄'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담겼다.

대검은 의견서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 규모는 11조원으로 증가한 한편, 최근 문제가 된 가상자산 관련 수조원대 비정상 외환거래 사건(대구지검, 미신고 가상자산거래업 영위로 인한 특금법 위반 등으로 관련자 구속) 등과 같이 탈법 행위 위험성에 노출되고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 규모나 탈법 행위의 위험성 등을 종합해 특금법상 미신고 가상자산거래업 영위 등도 수사개시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상 미인가·미등록 금융투자업 영위의 경우 이미 시행령 내 경제범죄로 분류돼 있다는 점도 짚었다.

대검은 지난해 3월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행위 역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자본시장법상 소비자 보호 규정이 상당 부분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이관됐고 ▶금융상품판매업의 영위와 관련된 범죄는 일반 국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 같은 범죄로 발생할 수 있는 서민의 피해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대검은 주택법상 불법 전매·알선 행위, 공급질서 교란 행위 등에 대해서도 “경제 질서를 해하는 불법 또는 부당한 방법으로 자기 또는 제삼자의 경제적 이익이나 손해를 도모하는 전형적인 경제범죄”라며 수사개시 범위에 포함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주택토지공사(LH) 부동산 투기 사건 이후 농업법인이 소유한 농지로 부동산 매매업을 할 수 없도록 정비된 농어업경영체법 위반죄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대검이 지난달 29일 법무부에 제출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검찰청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에는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관련 미신고 사업 행위도 검찰청법상 '경제범죄'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담겼다.

대검이 지난달 29일 법무부에 제출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검찰청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에는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관련 미신고 사업 행위도 검찰청법상 '경제범죄'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담겼다.

법무부 “검사 수사개시 범위 확대 추후 재검토”

대검은 부패범죄와 관련해서도 형법상 공전자기록위작·변작, 위조 등 공문서 행사 등 2개 범죄를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검은 “본질상 허위공문서작성 등 직권남용의 유형과 달리 볼 이유가 없고, 공공기관의 업무가 대부분 전자결재로 이뤄져 실무상 허위공문서작성죄와 마찬가지로 검사의 수사개시로 포함할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검 의견은 개정 시행령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지난 1일 시행령 개정안 차관회의 의결 직후 “검사 수사개시 범위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이번 시행령 개정에 반영하지 못했으나, 향후 개정 법령 시행 경과 등을 분석해 중요범죄 포함 필요성 등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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