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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무책 “화장실 없는 주택” 자초/핵폐기물 저장시설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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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규모 작더라도 무인도 등 찾아야
정부의 안면도 핵폐기물저장시설 건설계획 보류발표는 주민들의 오해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사실상의 백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로써 현지의 소요사태는 일단 진정될 것으로 보이나 우리나라의 방사성 폐기물 관리사업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따라서 계획자체도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방향으로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방사성 폐기물 관리사업은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져 왔다는 지적들을 많이 한다. 원자력발전소의 계획단계인 70년대초부터 필연적으로 발생할 폐기물에 대해서 장기적인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다.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데만 급급했던 탓에 「화장실 없는 저택」을 지은 격이 됐다.
환경과 건강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엄청나게 높아진 지금에 와서 급하다는 이유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상식적인 절차도 없이 추진하려니까 가는 곳마다 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
현재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을 건설중에 있는 일본만 하더라도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부지를 확보해 놓았고 건설단계에서는 인근 주민들을 외국의 기존시설에 대거 견학을 보내 시설이 어떤 것이며 얼마나 안전하고 지역발전에 어떻게 기여하게 되는지를 직접 확인케 하는 등 준비와 홍보작업을 폈다.
원자력법에도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이밖에 관련 공무원들의 국민이해에 대한 감각부족,원자력관련 행정체계의 난맥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국은 영구처분장은 위험하고 중간저장시설은 덜 위험하다는 식의 발상에서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정부계획이 일단 후퇴한 현재 방사성 폐기물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과거 70년대초까지 일부 유럽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바다에 갖다 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에는 발전소가 많고 국토는 협소하며 국민의 이해가 부족해 방사성 폐기물관리사업의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앞으로 원자력발전소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대형저장소는 필연적이다.
그런 대형시설을 국민합의하에 갖추기 전까지는 현재대로 ▲발전소내의 저장용량을 늘리고 사용 후 핵연료도 최대한 현지저장을 한 후 외국의 재처리시설로 보내는 방법 ▲무인도를 중간 또는 영구저장소로 활용하는 방법 ▲규모는 좀 작더라도 사람이 살지 않는 새로운 부지를 물색해 순리대로 다시 조성해 나가는 방법 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 같다.<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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