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장 찍는데 600위안(약 11만 원)을 쓰시겠습니까?
이곳에서 촬영하고 보정된 사진 한장의 가격은 평균 350~400위안(6만 8000~7만 8000원)이다. 더 비싼 것은 600위안(약 11만 7000원)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 스튜디오에 기꺼이 거금을 내고 사진을 찍는다.
중국에 있는 하이마티 스튜디오(海马体照相馆)의 이야기다.
하이마티 스튜디오
하이마티 스튜디오는 2011년 작은 사업장에서 시작해 연간 매출 4억 위안(약 780억 원), 누적 회원 사용자 1000만 명을 넘기며 약 10년 만에 거대한 브랜드로 성장했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매장 수는 600개가 넘는다. 샤오훙슈에는 34만 개 이상의 관련 노트가 있고, 더우인에서는 하이마티를 주제로 한 클립이 3억 6000만 뷰를 기록했다. 현재 중국 내 사진 업계에서 하이마티는 주류이자 트렌드다.
하이마티 스튜디오는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하이마티의 모회사인 만투촬영(缦图摄影)은 2011년에 설립됐다. 창업자는 우위치(吴雨奇)와 황이한(黄逸涵) 부부다. 창업자와 그의 아내는 저장 미디어대학 재학 중, 주로 대학가 주변에서 캠퍼스 화보나 앵커 지망생의 사진을 찍으며 사업을 했다. 창업자 부부가 소규모 사진 스튜디오에서 전국 체인 브랜드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사용자 중심의 마인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1) 사용자들이 원한 '아름다운 한 컷' 적중
하이마티가 오늘날 거대한 사업체가 될 수 있었던 두 가지 제품은 바로 신분증 사진과 크리스마스 기념사진이다. 창업자 부부는 학생들을 위해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이들의 공통적인 고충을 발견했다. 고객들은 '증명사진을 찍는 것은 흑역사를 남기는 것과 같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못생기고 우울하게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싫어했다.
그들은 예쁘고 잘생긴 신분증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렇게 찍어주는 곳이 없었다. 당시 우위치와 황이한은 앵커 지망생들이 찍는 프로필 사진 형식의 증명사진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들은 2014년, 최고의 증명사진을 찍어준다는 콘셉트로, 하이마티 브랜드를 구축했다. 동시에 고객 및 시장 포지셔닝을 조정했다. 대학가를 벗어나 도시의 직장인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쇼핑몰에 진입했다. 직장인들의 소비력과 입소문이 훨씬 강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콘셉트 사진
이후 이들은 증명사진 촬영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촬영 콘셉트를 잇달아 내놨다. 그중 단연 돋보였던 것은 크리스마스 콘셉트다. 하이마티는 2015년 초 크리스마스 사진을 공개해 고객들에게 호평을 받았으나, 정말 폭발적인 인기와 관심을 얻게 된 것은 2018년이다.
2015년부터 2017년 촬영한 크리스마스 사진은, 콘셉트는 좋고 잘 나왔지만, 창의적이고 색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8년에는 하이마티의 디자이너들이 '루돌프', '천사', '조커' 등 다양한 서양적 요소를 더하고, 메이크업과 특수효과를 예년보다 더욱 정교하게 구성했다. 배경도 더는 크리스마스의 빨간색이 아니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크리스마스 사진은 많은 고객을 하이마티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
이후 창업자 부부는 두 번째 기회를 포착했다. 2018년 크리스마스 사진 이후, 고객들은 매년 하이마티에서 크리스마스 기념사진을 남긴다는 마인드를 함양했다. 현재 하이마티는 생일 기념사진을 비롯해 세미 웨딩드레스, 문예 사진, 레트로풍의 사진이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했던 국조 스타일의 사진까지 다양한 콘셉트와 제품을 개발했다.
이 제품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중의 미학, 특히 여성 사용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틀에 박힌 스튜디오 스타일과는 180도 달랐다. 제품 업데이트 속도도 빠르게 진행했다. 기본적으로 1~2주마다 신상품이 출시된다. 지난 8월에는 해리포터 시리즈도 나왔다. 콘셉트 샘플을 본 사용자는 하이마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2) 전 지점에 표준화된 프로세스 적용
하이마티 스튜디오 사업 개발 센터의 총책임자인 왕한은 "하이마티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이유는 당시 다른 사진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메이크업 서비스와 사진 보정이라는 두 가지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약 과정
하이마티는 사용자가 미리 애플리케이션에서 촬영하고 싶은 테마를 선택하고, 방문 예약을 잡는다. 매장에 도착한 고객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에 의해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받게 되며, 촬영 후 만족스러운 사진을 선택해 그 자리에서 리터칭 후 필름으로 전달한다.
촬영 전반에 제공되는 서비스
각 매장은 통일되고 표준화된 일련의 프로세스에 따라 실행된다. 이런 과정은 기존 사진 스튜디오보다 효율성이 높다. 예전에는 고객들이 촬영하고, 다시 방문해 사진을 고르고, 또 며칠 뒤에 수정본을 받아 보는 번거로운 과정을 감내해야 했다. 한 세트의 사진을 받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리곤 했다. 그러나 하이마티는 전 과정을 전문적이며, 빠르고 간단하게 만들어 사용자의 니즈를 완벽하게 충족시켰다.
3) 영민한 마케팅도 브랜드 성장에 영향
하이마티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사용자의 마음을 파악한 제품과 서비스 제공에 있으나, 아주 영민한 마케팅이 수반됐기 때문이다.
1) 연예인 마케팅+ KOL과 KOC를 적재적소에 활용
지난 2년 동안 하이마티는 새로운 콘셉트 사진 샘플을 찍을 때 인기 연예인을 섭외했다. 예를 들어 2018년 크리스마스 사진 샘플 모델은 인기 TV 시리즈 '연희공략(延禧攻略)'에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은 장쯔신(姜梓新)이었다. 2019년은 영화 '슬픔이 역류해 강이 되다(悲伤逆流成河)'에 출연한 장뤄난(章若楠)이었고, 2020년에는 영화 '소년 시절의 너(少年的你)'에서 악역으로 유명해진 저우예(周也), 2021년에는 예능 프로그램 '승풍파랑적저저(乘风破浪的姐姐')에서 인기를 얻은 진천(金晨)이 등장했다.
크리스마스 콘셉트의 사진
이 훤칠한 배우들은 하이마티 여성 고객층의 로망이다. 사업 개발 책임자 왕한은 "하이마티의 주요 고객층은 18~35세 여성으로, 이들이 전체 고객의 70%를 차지한다"고 언급했다. 하이마티의 스타 마케팅 전략은 매우 영리하다. 젊은 세대들의 팬심, 덕질을 잘 활용해 트래픽을 유치한다. 고객은 자신이 좋아하는 비슷한 연령대의 스타를 볼 때, "나 역시 스타와 같은 모델일 뿐만 아니라 그만큼 예뻐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2) 멤버십 및 포인트 제도를 통한 재구매
하이마티는 지난 8월 해리포터 콘셉트의 사진을 공개하며,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라이브 방송에 참여하고 진행자의 질문에 답변을 한 사람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콘셉트 사진을 예약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방송이 끝남과 동시에 가격을 정상가로 복원해, 해당 방송을 청취하도록 강하게 유인한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2021년 크리스마스 콘셉트 사진 공개를 두고 연 라이브 방송은 500만 뷰, 2022년 새해 콘셉트 사진 라이브 방송은 700만 뷰를 돌파했다.
보통 사진 촬영은 재구매율이 높지 않은 편이다. 하이마티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멤버십 제도를 운용한다. 하이마티의 멤버십은 프레시맨(Freshman), 열정가(Enthusiast), 인사이더(Insider) 및 예술가(Artist)의 4단계로 구분되며, 회원등급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열정가는 각 주문에 대해 2장의 사진을 추가로 인쇄할 수 있으며, 인사이더, 예술가는 더 비싼 가격의 사진을 1장 추가할 수 있다.
또, 회원들은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데, 포인트로 즉시 할인권, 재인쇄권, 보정권, 촬영 상품권 교환이 가능하다. 사진 한장을 촬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보상 제도는 사용자에게 재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경쟁 업체 우후죽순, 하이마티는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지점별로 다른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따라 메이크업에 편차가 있고, 사진작가 역시 비슷한 동작만 요구해 사람마다 다른 분위기와 개성을 살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용자들의 피드백이 존재한다. 하이마티는 방대한 규모에 비해 직원을 위한 표준화되고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 등, 아직 완전한 커뮤니티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내부적인 문제와 더불어 외부적인 고민도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하이마티는 수많은 사진 스튜디오를 물리치고 업계 왕좌를 차지했지만, 이와 동시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도 점점 많아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사진 촬영 산업은 그러한 수요에 맞춰 점점 세분되고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중옌왕(中研网) 보도에 따르면 중국 사진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20년 5000억 위안, 2026년 7000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2021년 상반기에만 중국에는 35만 개의 새로운 사진 관련 기업이 생겼다. 과거 스튜디오와 달리, 현재의 사진 스튜디오는 촬영장, 메이크업, 소품이 하이마티와 비슷하거나 더 섬세하다.
또한 지난 2년 동안 개인 사진작가들도 주목받고 있다. 그들은 하이마티만큼 크지는 않지만 강한 개성과 차별화를 무기로 샤오훙슈와 더우인에서 조용히 인기를 얻고 있다. 텐센트 광고가 발표한 '2020년 사진 소비자 수요 보고서'에 따르면 30세 미만 젊은이의 46%가 개인 사진가를 선택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한 사진 스튜디오가 생겨나고, 개성과 고유함을 중시하는 개인 사진작가에 대한 니즈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하이마티가 시장 주도권을 계속 지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