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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인생책' 쓴 경제학자 "경제 성공한 韓, 정치 분열은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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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MIT 교수가 8일 2022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KDI]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MIT 교수가 8일 2022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KDI]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면서도 빠른 경제적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정치적 분열이란 어려운 과제에 당면했다."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 사회를 두고 내놓은 평가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그는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2 KSP(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 성과공유컨퍼런스에 참석해 이러한 의견을 밝혔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10년 전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정치학 교수와 함께 쓴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이름을 알렸다. 역사적 사례를 분석한 이 책에서 "지속적인 국가 성장의 핵심 요소는 개방적 민주주의"라고 내세웠다. 공평한 경쟁과 재산권 보장, 적절한 공적 서비스 제공, 신기술 투자 장려 등을 담은 포용적 민주 제도와 시장경제가 곧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게 핵심이다.

국내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후보 시절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인생의 책으로 꼽으면서 화제가 됐다. 애쓰모글루 교수가 과도한 국가 권력을 경계한 부분 등은 현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2020년 낸 『좁은 회랑』에서도 국가와 사회 간 힘의 균형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컨퍼런스 기조연설과 기자회견에서도 '민주주의'와 '균형'을 여러 번 언급했다. "내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규제나 자유가 난무하는 게 아니라 완벽하진 않아도 규제된 시장 속에서 세수를 늘리고 이를 보건·교육 등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용적 경제 제도는 정치 제도와 함께 가야 한다. 민간·공공의 협력이 필요한데, 그 균형을 잘 잡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민주적 제도가 약화할 경우 국가·사회 권력이 어렵게 균형을 맞춘 '좁은 회랑'에서 이탈할 확률도 굉장히 높다고 짚었다.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MIT 교수가 8일 2022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KDI]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MIT 교수가 8일 2022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KDI]

특히 신냉전과 코로나19 대유행 속 불평등 같은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을 끌어내려면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새로운 감시 기술 등이 독재 정권을 강화하고, 포퓰리즘 지도자들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국가를 양극화시키는 등 불확실한 미래가 있는 건 맞다"면서도 "민주화된 국가들의 GDP(국내총생산)를 보면 비민주 국가보다 명확하게 높다. 신기술이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드는 등 민주주의에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정부 역할이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는 만큼 국가 권력의 통제 필요성도 커진다고 봤다. "신기술·세계화에 따른 불평등이 커지고 기후변화로 세계적 존립도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경제적 개입이 점점 커져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국가 개입이 커지는 만큼 사회 권력이 더 강력히 민주주의에 참여해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한국을 '모범 사례'로 꼽는 동시에 미래에 풀어야 할 숙제도 내놨다. 그는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성공적으로 전환했고 폭넓은 개방 경제로 나아가는데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은 정치적 분열에 당면했는데,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고 다양한 계층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기술 외 다른 분야에서의 미래 인력 교육, 소수 대기업 주도에서 다양한 경제 주체 기반으로의 경제 전환도 잘 이뤄져야 한다"라고도 제언했다.

글로벌 문제와 관련해선 점차 힘을 키워가는 중국 변수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과거 냉전과 달리 앞으로는 이데올로기 자체가 훨씬 복잡해져서 흑백 식의 구분이 어렵다. 러시아가 쇠퇴하고 중국이 부상하는 가운데 미·중 간 경쟁과 협력이 어떻게 이뤄질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미·중 양극 체제로 갈 수도 있지만 독립적인 신흥국들과 선진국이 또 다른 힘의 축을 이루면서 다극 체제로 갔으면 한다. 강력한 국제협력 의지를 피력한 한국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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