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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겠다" 물 다 안빠진 포항 지하주차장 직접 들어간 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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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만 하지 않고 눈으로 보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본 포항을 찾았다. 청록색 민방위복에 감색 장화를 신은 윤 대통령은 전날 폭우로 7명이 사망하고 2명이 생환한 포항시 남구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찾아 이같이 말하며 수차례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민을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아직도 장화가 잠길 정도로 물이 빠지지 않은 지하주차장에 들어가 피해 상황을 둘러봤다.

윤 대통령을 기다린 수십 명의 주민들 중 한 남성은 불쑥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인재입니까, 재해입니까. 물어봅시다. 인재입니까, 재해입니까”라고 답답한 듯 물어봤다. 경호원이 제지했고 윤 대통령은 대답 없이 현장을 둘러보며 복구 작업을 하는 해병대원과 구급대원, 자원봉사자를 격려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방문,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7일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방문,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인재냐, 재해냐” 尹에 물은 피해 주민

주민들은 윤 대통령이 “힘을 내시라.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에 박수를 치면서도 “전기도 물도 끊겨 갈 곳이 없다”며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서울로 올라가 특별재난지역을 바로 선포할 테니 조금만 참으시고 포항 시장님을 좀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인근 전통시장을 찾아 침수 피해를 당해 울먹이는 상인들을 위로했다. 직접 해병대원들과 함께 물에 쓸려 간 가구를 옮기기도 했다. 이날 현장엔 대통령의 방문에 대한 기대감과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 피해를 본 주민들의 허탈함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듯했다. 박수와 성화가 번갈아가며 윤 대통령을 마주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이번 태풍으로 붕괴 가능성이 제기된 경주 왕신저수지를 찾아 보강공사를 지시한 뒤 태풍 희생자들이 안치된 포항 의료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태풍 힌남노에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오천시장을 방문해 해병대원들과 쓰러진 가구를 옮기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태풍 힌남노에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오천시장을 방문해 해병대원들과 쓰러진 가구를 옮기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현장을 찾기 전 윤 대통령은 전날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에서 “절대 포기하지 말라”며 실종자 수색 작업을 보고받았다. 늦은 밤 생환자가 나오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라”는 지시를 내리며 구조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윤 대통령은 5일부터 7일 새벽 사저로 돌아가기 전까지 약 40시간 동안 대통령실에 머물며 태풍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과 함께 실장부터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까지 모든 대통령실 참모진이 ‘밤샘 대기’에 동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침 도어스테핑에서도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민들이 참사를 겪게 돼 대통령으로서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일견 보더라도 포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판단돼 최대한 신속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인적 쇄신과 관련한 질문엔 “태풍 관련 질문만 받겠다”고 했다.

尹 “국민 생명과 재산에 무한책임”

윤 대통령은 포항을 찾기 전 ‘힌남노 피해상황 긴급점검’ 국무회의에서도 재난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 무한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국민들께서 완전한 일상 회복에 이를 때까지 제가 직접 모든 상황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은 우리 사회의 약자에게 더 큰 피해와 고통으로 다가온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해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겠다”고 했다. 포항 침수 사망자와 관련해선 “두 분이 기적적으로 구출돼서 생명과 인간의 삶에 대한 위대함과 희망을 드리도록 했습니다만 희생자와 가족을 위로하고 정부에서 도움을 줄 조치를 잘 찾아달라”고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고심에 찬 얼굴로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고심에 찬 얼굴로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이날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예비비 500억원을 긴급 편성했다. 또한 추석을 앞두고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안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거리두기 없는 이번 추석 연휴가 소중한 분들과 따뜻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피해 복구와 신속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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