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초강력 태풍 철저히 대비해 참사 재발 막아야

중앙일보

입력 2022.09.0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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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지난 8일 폭우로 맨홀에 빠져 실종된 서초구의 남매를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상조 기자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지난 8일 폭우로 맨홀에 빠져 실종된 서초구의 남매를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반지하·맨홀 참변 대비 방안 시급

정부, 취약계층 피해 예방에 총력 기울여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오늘부터 전국에 강한 바람과 비를 몰고 온다는 예보다. 초강력 태풍의 상륙으로 곳곳에서 피해가 우려된다. 앞서 힌남노가 덮친 일본 오키나와에선 사람이 거센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상처를 입는가 하면, 집 지붕이 날아가고 곳곳에서 전기가 끊기는 등 태풍의 파괴력을 절감케 하는 피해가 잇따랐다. 일본 해상을 통과하며 잠시 약해지는 듯했던 힌남노가 한반도로 북상하면서 고수온의 영향으로 다시 초강력 태풍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예고에 불안이 커진다. 태풍이 상륙하는 제주와 부산·경남 등 남부 지역은 물론 반경 430㎞ 범위가 강풍과 폭우의 영향권에 들게 된다는 예상에 수도권을 포함한 모든 지역이 초비상이다.

단 하룻밤 폭우에 서울 곳곳이 물바다가 되고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속출하는, 허술한 재난 대응을 목격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아직 복구가 안 된 시점에 또 한 번의 자연재해를 맞닥뜨리게 됐다.

서울 강남의 ‘대용량 빗물 터널 계획’처럼 무책임하게 방치해 온 수해 대비책을 하루아침에 급조해 낼 순 없다. 하지만 지난번 재난을 겪으며 노출된 취약점 가운데 응급조치가 가능한 부분엔 대응 역량을 쏟아야 한다. 서울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발생한 세 가족의 익사 참극이 대표적이다. 폭우로 반지하에 물이 차기 시작하면 현관문을 열지 못하게 되고 유일한 탈출구인 창문은 방범 창살에 막혀 방 안에 갇힌 채 사망할 위험에 처한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환경에 사는 32만 가구 주민들에겐 언제든 똑같은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세 가족과 흡사한 위험에 처했던 반지하 주민이 이웃의 도움으로 탈출한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침수 때 공무원이나 인근 주민의 손길이 닿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서울시에만 62만 개 이상 설치된 맨홀이 순식간에 인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수압을 못 이겨 튀어 오르는 철제 맨홀 뚜껑은 그 자체가 흉기이자 둔기다. 뚜껑이 사라진 맨홀에 빠져 숨진 참변도 잇따랐다. 서초구는 맨홀 108곳에 추락 방지 시설을 설치했으나 전국의 맨홀 중 어디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맨홀 사고 예방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생사의 갈림길에 섰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긴급 전화가 무용지물이 된다는 증언도 나왔다. 재난 상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구조 요청이 몰리면서 소방서와 통화가 안 됐다.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재난 위험 지역 주민들에게 안내가 시급하다.

재난이 닥치면 특히 사회 취약 계층이 희생될 우려가 크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산사태나 강풍 피해에 노출되기 쉬운 취약 지대 주민들을 보호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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