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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오기전 떠나야" 어수선한 제주공항...서귀포 일부 잠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6일 직접 영향권…제주도 전역 ‘강풍주의보’

역대급 태풍인 제11호 ‘힌남노’가 점차 한반도로 북상하면서 5∼6일 직접 영향권에 드는 제주도는 초비상이다. 강한 바람과 함께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곳곳에서 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4일 제주도·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 산지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제주 전역에는 강풍주의보, 제주 모든 해상에는 풍랑주의보와 풍랑경보가 발효됐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점차 북상하는 가운데 4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 거대한 파도가 치고 있다. 뒤로는 폭풍우로 제주에 불시착한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을 기념한 하멜상선전시관이 보인다. 뉴스1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점차 북상하는 가운데 4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 거대한 파도가 치고 있다. 뒤로는 폭풍우로 제주에 불시착한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을 기념한 하멜상선전시관이 보인다. 뉴스1

한라산 누적 강수량 278㎜…“산지 최대 600㎜ 예상”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힌남노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중심기압 935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 초속 49m의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약 390㎞ 부근 해상에서 시속 26㎞의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이 태풍은 이날 오후 9시 서귀포시 남남서쪽 670㎞ 부근 해상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기상청 발표에 비해 6시간 정도 빨라졌다.

지난 2일부터 이날 오후 9시 현재까지 지점별 누적 강수량은 한라산 진달래밭 330.5㎜를 비롯, 삼각봉 331㎜, 윗세오름 324㎜ 등이다. 서귀포에도 187.6㎜의 많은 비가 내렸다. 이 밖에 성산 164.6㎜, 고산 223.1㎜, 제주 62.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제주에 100∼300㎜, 산지에는 600㎜ 이상의 많은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도착장에 썰렁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도착장에 썰렁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연합뉴스

서귀포시 곳곳 물에 잠겨…차량·주택에 고립된 3명 구조

아직 비바람 피해가 크지는 않지만, 이날 오전 11시를 전후해 시간당 50㎜ 이상의 강한 비가 쏟아진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서귀포시 대정읍과 제주시 한경면 등 도로와 주택·차량 등이 물에 잠기는 등 50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오전 11시50분쯤 대정읍엔 시간당 74.5㎜의 많은 비가 쏟아졌고, 대정오일시장 상가와 대정초등학교 지하실도 침수됐다. 한경면에서는 주택 담벼락이 쓰러지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인력 149명과 장비 50대를 현장에 보내 배수 지원과 안전 조치에 나섰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119구조대는 대정읍에서 차량에 갇힌 4명, 주택에 고립된 2명 등 모두 6명을 구조했다.

해상에 풍랑특보가 발효되면서 제주도 내 항구와 포구에는 어선 2000여 척이 대피했다. 많은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면서 한라산 탐방은 전면 통제됐다.

하늘길과 뱃길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9개 항로 여객선 12척은 전날 대부분 멈췄고, 이날 전면 통제될 예정이다. 제주공항의 항공편은 아직 정상적으로 운항하고 있지만, 태풍이 오기 전 제주도를 떠나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제주도는 결항에 대비해 택시와 전세버스 투입 등 비상 수송 계획을 세웠다.

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 태풍이 오기 전 제주를 떠나려는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 태풍이 오기 전 제주를 떠나려는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해경·경찰 비상 체계 가동

힌남노가 과거 큰 피해를 줬던 태풍 ‘매미’ 수준의 강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측되면서 유관 기관들은 비상 체계를 가동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제주도는 재해 우려 지역에 대한 예방 순찰과 점검에 집중하고 있다. 도로·주택 침수 피해가 없도록 배수로를 준설하고, 침수 취약 시설에 대한 안전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연안 사고 위험예보를 이날부터 ‘주의보’에서 ‘경보’ 단계로 격상했다. 위험 구역에 출입 통제선을 설치하고 물놀이·낚시 등 연안 활동을 통제하고 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는 동력펌프 등 수방장비 100% 가동 상태 유지에 주력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112치안종합상황실을 중심으로 상황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4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상에 거친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뉴스1

4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상에 거친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뉴스1

유치원·초·중·고교 90% 이상 원격·단축 수업

태풍이 가장 근접하는 5~6일 제주 지역 유치원과 초·중·고등·특수 학교의 90% 이상이 원격 수업이나 단축 수업, 휴교를 결정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각 학교는 태풍 북상에 대비해 각 학교장 자율로 학사 운영 방식을 전환하거나 조정했다.

5일 전체 학교 310곳 중 유치원 90곳, 초등학교 82곳, 중학교 32곳, 고등학교 21곳, 특수학교 1곳 등 226곳(72.9%)이 원격 수업을 한다. 나머지 학교 대부분도 단축 수업(46곳)을 하거나 휴업(10곳)을 결정했다. 이날 정상 수업을 하는 학교는 유치원 12곳과 고등학교 4곳 등 16곳(5.2%)뿐이다. 6일은 원격·단축 수업을 하는 학교가 늘어 유치원 8곳과 고등학교 1곳 등 9곳(2.9%)만 정상 수업을 한다.

한편 기상청은 이날 오후 9시 힌남노가 ‘매우 강’ 상태로 제주 서귀포 남남서쪽 약 670㎞ 부근 해상으로 북상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5일 오전 9시 ‘초강력’ 상태로 제주 서귀포 남남서쪽 약 460㎞ 부근 해상까지 올라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6일 새벽 제주도를 통과해 같은 날 오전 9시 ‘강’ 상태로 부산 북북서쪽 약 20㎞ 부근 육상에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태풍 강도는 ‘중→강→매우 강→초강력’ 4단계로 나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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