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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대홍수 피해액 13조…'앙숙' 인도에게 식량 손 벌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파키스탄 남성들이 29일(현지시간) 아이들을 무등 태우고 홍수로 불어난 도로 위를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키스탄 남성들이 29일(현지시간) 아이들을 무등 태우고 홍수로 불어난 도로 위를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키스탄 몬순 우기에 발생한 대홍수 피해 규모가 100억 달러(약 13조500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아흐산 이크발 파키스탄 개발계획부 장관은 이날 "최근 발생한 홍수로 인한 피해액 추정치가 100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크발 장관은 이번 피해가 2010년 홍수 사태 때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에선 2010년에도 우기 홍수로 큰 피해를 봤는데, 당시 2000명 이상이 숨지고 국토의 5분의 1 가량이 물에 잠겼다.

이크발 장관은 "홍수 피해를 복구하는 데 5년 가량 걸릴 것"이라면서 "수일 내로 심각한 식량 부족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미프타 이스마일 파키스탄 재무부 장관은 인도로부터 채소를 수입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웃 국가이자 앙숙인 두 나라는 카슈미르 지역 분쟁으로 3년째 교역을 단절 중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트위터에 "홍수로 인한 참사로 비통한 심정"이라며 "유족에게 깊은 조의를 전한다"고 말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날 북서부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해 "지난 30년 동안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엄청난 홍수"라며 "내 평생 이런 참상을 본 적이 없다"고 피해 상황을 전했다. 샤리프 총리는 "정부는 이재민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 주민들이 29일 몬순 우기로 인해 물이 넘쳐난 길 위를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키스탄 주민들이 29일 몬순 우기로 인해 물이 넘쳐난 길 위를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키스탄은 매년 6~9월 계절성 몬순 우기가 이어지는데, 올해는 일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국가 비상사태를 겪고 있다. 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중순 몬순 우기가 시작된 이후 이날까지 홍수 사태의 공식 희생자 수는 1136명으로 늘었다. 이 중 3분의 1은 어린이로 추정된다. 파키스탄 관리들은 자국 인구(2억2000만명)의 15% 이상인 3300만명이 홍수의 피해 영향권 아래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밖에 국토 3분의 1이 침수됐으며, 가옥 100만채가 파손된 것으로 집계됐다. 파키스탄 전역의 주요 도로 3451㎞ 규모와 다리 149개가 침수됐고 물자와 인력 이동이 단절된 탓에 구조활동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홍수 피해 직격탄을 맞은 남부 지역에서만 9억 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남서부 발루치스탄의 75% 이상이 홍수 피해를 입었으며, 남동부 신드주는 이달 평년보다 784%나 많은 비가 쏟아지며 대부분이 물에 잠겼다고 한다.

파키스탄 구조요원들이 29일 하교하는 어린이들을 보트를 태워 집으로 데려다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파키스탄 구조요원들이 29일 하교하는 어린이들을 보트를 태워 집으로 데려다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파키스탄 측은 전 세계적 기후 위기를 최악의 홍수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셰리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변화부 장관은 "파키스탄은 극지방 이외에 가장 많은 빙하가 있는 곳"이라며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대의 빙하가 평소보다 빨리 녹으면서 폭우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레흐만 장관은 "기후이변으로 인한 대규모의 인도주의적 재난"이라고 강조했다.

이크발 장관도 "선진국의 무책임한 개발로 파키스탄이 기후이변의 희생자가 됐다"며 "우리의 탄소 배출량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세계는 우리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데 도움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물자와 구조대 파견 등 구호를 서두르고 있다. 파키스탄과 '준동맹국'으로 불릴 정도로 가까운 중국은 이날 추가로 30만 달러(약 4억원)와 임시 거처용 텐트 2만5000개 등을 약속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날 아리프 알비 파키스탄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 홍수 피해 관련 애도를 표했다고 중국 관영언론이 전했다. 중국은 이미 텐트 4000개, 담요 5만장, 방수포 5만개 등을 제공했다.

캐나다 정부도 이날 파키스탄에 인도적 지원을 위한 500만 달러(약 67억3800만원) 규모의 기금을 발표했다. 한국도 30만 달러(약 4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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