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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쿠팡·네이버 등 늘어나는 온라인 플랫폼 분쟁, '자율규제'로 해결될까

중앙일보

입력

온라인 플랫폼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플랫폼 사업자별 분쟁 빈도와 사례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쿠팡은 플랫폼 중 분쟁이 가장 잦았지만, 그만큼 조정·합의에 성공하는 비율도 높았다. 반면 네이버는 쿠팡 다음으로 많은 분쟁이 발생했지만, 조정 성립률은 평균에 못미쳤다.

늘어나는 온라인 플랫폼 분쟁.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2017~2021년 실제 분쟁 조정 사례를 조사한 결과 쿠팡·네이버·이베이코리아 순으로 분쟁이 많았다. [각 사]

늘어나는 온라인 플랫폼 분쟁.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2017~2021년 실제 분쟁 조정 사례를 조사한 결과 쿠팡·네이버·이베이코리아 순으로 분쟁이 많았다. [각 사]

무슨 일이야

26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한국소비자원은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온라인 플랫폼 관련 정책 이슈와 자율규제'를 주제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정원은 불공정 거래 관련 분쟁을 신속하게 조정하기 위해 2007년 설립된 공정위 산하기관. 조정원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접수한 온라인 플랫폼 관련 분쟁 사례를 분석했다. 매출액 100억원 이상, 중개거래액 1000억원 이상인 사업자 26개사가 대상이 됐다. 이 분류에 따라 조사 대상엔 배달·부동산 앱들도 다수 포함됐지만 분쟁 순위 상위권을 차지한 건 오픈마켓 등 커머스 플랫폼들이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쿠팡〉네이버〉이베이: 조정 신청 사건 262건 중 44.3%에 해당하는 116건이 쿠팡 관련 분쟁이었다. 특히 광고비 환불 문제로 소상공인과 쿠팡 간 벌어진 분쟁이 가장 많았다. 쿠팡 다음으로는 네이버(15.6%),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 12.2%), 우아한형제들(5.3%) 순이었다. G마켓은 지난해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뒤 올해 5월부터 SSG닷컴과 서비스를 일부 통합했다.

● '조정성립률'은 또달라: 플랫폼 사업자의 문제해결 의지를 평가하는 데는 분쟁 발생 건수 못지 않게, 사건 발생후 조정·합의 과정을 보는 게 중요하다. 이날 조정원의 발표에 따르면, 플랫폼들의 평균 조정 성립률은 75.2%로 나타났다. 즉 분쟁 사건 10건 중 7건은 양측이 원만히 합의해 해결됐다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쿠팡(79.1%)과 이베이코리아(93.8%)의 조정 성립률이 높은 편이었다. 네이버(66.7%)와 배달의민족(66.7%)은 그보다는 낮았다.
쿠팡의 경우 2018년 앱 광고비 논란 이후 조정에 더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쿠팡이 검색광고 사업을 확대하며 일부 텔레마케터가 입점 소상공인들에게 '광고비는 하루 1만원'이라고 알렸지만, 실제로는 상품 한 품목당 하루 1만원이어서 여러 품목을 판매할 경우 매일 광고비 수십만원이 과금돼 분쟁으로 이어졌다. 논란이 되자 당시 쿠팡은 별도 대응팀을 꾸려서 정상 집행된 광고여도 광고비가 매출보다 많이 나오면 환불을 진행하기도 했다.

어떤 문제가 문제야?

조정원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관련 분쟁은 매년 약 48%씩 증가하고 있다. 어떤 문제가 특히 자주 발생하는 지를 분석해봤더니.
● 검색·노출 알고리즘 불만: 분쟁의 세부 이유를 살펴보면 내규 분쟁과 관련한 문제가 가장 많았다. 내규 분쟁이란 온라인 플랫폼 내 검색 결과, 노출 순서처럼 알고리즘 관련 문제들이 포함된다. 플랫폼들이 영업 기밀을 이유로 관련 정보를 비공개로 부치고 있어 판매업자·소상공인의 불만이 크다. 실제로 내규 분쟁의 경우, 조정 성립률은 62.8%로 평균(75.2%)에 크게 못미쳤다.

●"쿠팡 광고 분쟁 많아": 광고비 환불 관련 분쟁도 많았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김건식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공정거래연구센터장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판매 시장이 포화되고 구매자(소비자) 유인이 어려워지자, ‘(플랫폼 내) 상위 노출을 도와준다’는 각종 광고나 광고 대행사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쿠팡의 검색 광고 환불 문제는 지난해까지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비슷한 피해를 주장하는 판매자가 수백명에 이르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윤석열 정부는 플랫폼의 혁신성·역동성을 위해 법령 규제 대신 민간이 자율적으로 개선안을 내놓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 19일엔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가 공식 출범했다.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은 사실상 흐지부지된 것. 플랫폼의 자발적인 문제해결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강제성 없는 민간 자율기구가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겠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 플랫폼 '투명성' 확보 필요: 이날 행사에선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건식 조정원 공정거래연구센터장은 "검색, 배열 순서, 이용 후기 등과 관련한 기준을 공개하고, 신속한 분쟁 해결을 위해 플랫폼이 자체적인 분쟁 해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지난해 2월 제정·시행 중인 '디지털 플랫폼 거래투명화법'의 경우, 기업들이 검색 표시 순위 결정에 이용되는 주요 사항을 반드시 공개하게 돼있다. 기업이 분쟁 해결에 적극 임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플랫폼이 분쟁 해결 절차와 조치를 정부에 보고하면, 정부가 이를 평가하여 결과를 발표한다. 선지원 광운대 교수(법학)는 "자율규제는 시장 상황을 제일 잘 아는 시장행위자 스스로가 규제의 방식을 선택, 실천할 때 가능한 것"이라며 "국내외 자율규제 경험과 장단점을 검토해 국내 플랫폼 시장 현황에 맞는 자율규제 모델을 신중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기업들 자구책 먼저 내놔야: 이날 토론회에서 김경원 공정거래위원회 사무관은 "실제로 플랫폼 관련 민원을 받아보면 정부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플랫폼에 일일이 가이드라인을 줄 수도 없고, 또 공정거래법 위반에 이를 만큼 위법한 경우도 많지는 않다"며 "자율규제 취지에 맞게 플랫폼 사업자들이 공정하게 내부 규정을 설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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