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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이마트 떠난 자리에 토스 온다...2030이 살린 알뜰폰 이코노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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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사진 토스

사진 토스

지난해 가입자 1000만 명을 넘긴 알뜰폰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금융 플랫폼 ‘토스’에 이어 시중 은행도 알뜰폰 사업에 관심을 보이면서다. 한때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이름까지 바꾸려했던 알뜰폰은 어떻게 전성기를 맞았을까.

무슨 일이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25일 “2~3개월 안에 토스 앱을 통해 알뜰폰 요금제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비바리퍼블리카가 알뜰폰 업체인 머천드코리아의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토스가 자회사를 통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망을 도매로 빌려 토스 앱 이용자들에게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이게 왜 중요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① 사용자가 달라졌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알뜰폰 이용자의 54%는 10~30대였다. 가입자가 점점 줄어 ‘알뜰폰 위기론’이 나오던 4~5년 전에 비하면 격세지감. 4년 전 홈플러스가 알뜰폰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이마트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2018년말부터 신규 가입을 중단하다가 지난해 서비스를 끝냈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빠져나가자 2018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알뜰폰이라는 이름 때문에 젊은 고객이 안 모인다”며 이름을 바꾸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젊은 소비자들이 알뜰폰으로 모여 들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등으로 유심 유통망을 늘리고, 온라인으로 비대면 개통이 가능해지면서 2030 고객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6월 기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7512만 명 중 알뜰폰 이용자는 약 15%(1160만 명)를 차지한다. 특히 알뜰폰이 주력하는 LTE 시장 점유율만 따로 보면 가입자의 18.5%가 알뜰폰 요금제를 쓴다.수익성도 개선되는 추세다. 알뜰폰 업계 1위인 KT엠모바일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② 시중 은행도 눈독
금산분리 가능성에 알뜰폰 관심: 토스 이전에도 알뜰폰을 눈여겨본 금융사는 있었다. KB국민은행이 2019년 리브엠이라는 브랜드로 알뜰폰 사업을 먼저 시작했다. 현행법에 따라 금융 자본은 비금융 자본을 소유하거나 지배할 수 없지만(금산분리), KB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심금융서비스 형태로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다. 일부 요금제를 도매 대가보다 더 싸게 판매하는 등 저가 마케팅으로 출시 2년 5개월 만에 가입자 30만 명을 넘겼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알뜰폰 사업자와 제휴해 전용 알뜰폰 요금제를 내놨다. 하나은행은 SK텔레콤 산하 SK텔링크와, 신한은행은 KT망을 이용하는 중소 사업자 네 곳과 손을 잡았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금산분리 완화’를 내세우자 은행들이 직접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생겼다.

돈 버는 게 목표 아니다?: 금융사가 알뜰폰에 뛰어드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수익 자체보다는 ‘비금융 데이터’다. 알뜰폰은 기존 금융 데이터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씬 파일러(thin filerㆍ금융 이력이 별로 없는 사람)의 데이터를 확보할 기회라는 것. 통신사업을 통해 통신비 납부ㆍ연체 내역, 휴대전화 이용정보 등을 확보하면 최근 각 금융사가 공 들이는 인증ㆍ신용평가 서비스를 고도화 할 수 있다.

 알뜰폰 전용 오프라인 홍보관인 ‘알뜰폰 스퀘어’에 전시된 리브엠. [뉴스1]

알뜰폰 전용 오프라인 홍보관인 ‘알뜰폰 스퀘어’에 전시된 리브엠. [뉴스1]

토스는 왜

B2C, 수퍼 앱 전략: 토스가 추구하는 ‘수퍼 앱’(하나의 앱으로 여러 서비스를 지원하는 앱) 전략 중 하나는 ‘앱에 자주 접속하게 하는’ 것이다. 요금 확인, 요금제 변경 등 이용자 방문이 잦을 수 밖에 없는 통신은 ‘핏’이 맞다고 판단한 것.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통신 3사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합하면 2400만 명이 넘는다. 앱 이용량이 증가하면 토스의 다른 서비스 가입을 촉진하는 선순환도 가능해진다고 본 것.

겹치는 고객층: 토스 사용자 220만명 중 55~60%는 20ㆍ30대다. 토스 관계자는 “알뜰폰과 타겟층이 겹치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됐다”고 말했다. 토스의 2030 사용자 중 곧 통신3사 약정이 끝날 예정인 고객을 대상으로 알뜰폰 요금제를 추천하는 식의 마케팅도 가능해질 전망. 토스는 머천드코리아가 서비스하는 통신3사 망을 모두 유지하되, 수십개에 달하는 요금제를 단순화할 계획이다.

B2B까지 빅 픽처: 알뜰폰 가입 과정에서 토스 인증서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렸다. 토스는 지난 1월 ‘본인 확인 기관’으로 지정됐다. 공인인증서 제도가 폐지되면서 사설인증서를 전자서명인증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자 토스도 인증 시장에 뛰어든 것. 그러나 여전히 패스(PASS) 앱 등을 보유한 통신 3사가 인증 시장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초 토스가 KT와 개별 협약을 맺고 KT 알뜰폰에 본인확인서비스와 토스인증서를 제공하고 있지만, PASS가 여전히 압도적이다. 토스 관계자는 “인증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알뜰폰 업계는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e심을 또 한번의 기회로 보고 있다. e심은 유심과 달리 휴대전화가 출고될 때부터 내장돼 있어 다운로드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유심과 함께 사용할 수 있어 한 휴대전화에 2개 번호를 사용하는 ‘듀얼심’이 가능하다. 알뜰폰 업계는 듀얼심이 가능해지면 저렴한 알뜰폰을 두 번째 번호로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최근 간담회를 통해 “e심은 소비자 편익과 경제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통신 3사 간 이동은 물론 통신 3사와 알뜰폰 간 이동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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