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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순양함 2척 대만해협 지나자, 중 군용기 10대 무력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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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해군의 순양함인 챈슬러즈빌함이 이달 초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처음으로 28일 대만해협을 항해하고 있다. 순양함 엔티텀함도 동행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해군의 순양함인 챈슬러즈빌함이 이달 초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처음으로 28일 대만해협을 항해하고 있다. 순양함 엔티텀함도 동행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해군의 순양함 엔티텀함(CG 54)과 챈슬러즈빌함(CG 62)이 28일 정오(한국시간) 국제법에 따라 공해 상의 항행과 상공에서의 비행의 자유가 적용되는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미 7함대 공보실이 트위터에 공개했다. 앞서 로이터 통신도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미 군함의 대만해협 진입을 보도했다.

미 군함의 대만해협 항행은 지난 2~3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뒤 처음이다. 미 7함대는 이날 “이번 함정의 해협 통과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보여준다”며 “미군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어느 곳에서도 비행하고, 항해하며, 작전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만 주변 군사 훈련에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이미 지난 12일 “미국은 국제법상 항행의 자유라는 오랜 약속과 일치하는 어느 곳에서라도 비행·항해·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는 몇 주 내 대만 해협에서 항공과 선박의 통과를 포함한다”고 예고했다.

중국은 반발했다. 미 순양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자 중국 군용기 중 7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나머지 3대는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무력시위를 벌이다 각각 돌아갔다고 대만 국방부가 밝혔다. 대만 인근에서 포착된 중국 군용기는 23대였으며, 군함은 8척이었다.

로이터 보도 뒤 4시간쯤 지나 중국 동부전구의스이(施毅) 대변인은 SNS에 “미 군함의 통과 행동 전 과정을 감시·경계했으며, 모든 동향을 파악했다”며 “(동부) 전구 부대는 고도의 경계를 유지, 언제라도 어떠한 도발도 좌절시킬 준비를 했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 소식을 담화문과 함께 뒤늦게 보도했다. 중국 네티즌은 SNS에 “마지노선은 도대체 어딘가” “다이내믹 마지노선” 등의 글을 올리며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아이디 딩전링(丁辰靈)은 “1987년, 1989년 취역한 함령 30년 이상의 퇴물 군함만 보내고,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은 오키나와에 숨었다”며 미군을 조롱했다.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인이 SNS에 “2012년 이래 미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이미 100여 차례”라며 “대만 문제는 미·중 사이의 장기전으로 미국이 유일하게 알아듣고, 존중하는 언어는 실력”이라고 지구전론을 펼쳤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미국과 중국은 의원단 파견과 군사훈련을 거듭하며 현상(status quo) 변경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지난 15일 에드 마키 상원의원(민주당) 등 미 여야 상·하원 의원 5명이, 22일엔 에릭 홀콤 미 인디애나주 주지사(공화당)가 각각 대만을 찾았다.

중국은 그간 완충지대 역할을 했던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서는 군사 훈련을 거듭하며 긴장을 높여왔다. 미 해군연구소뉴스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해 9차례, 2020년 10차례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다. 올해 들어 펠로시 방문 이전에도 지난 7월 벤폴드함, 4월 샘슨함, 2월 랠프존슨함, 1월 듀이함 등 구축함과 5월 순양함 포트로열함이 각각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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