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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부모, 탈북민에 장학금…수혜자는 美대학원생 이서현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석방된 직후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탈북민에 장학금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2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오토 웜비어 재단'의 초대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된 이서현씨. 사진 이서현 페이스북 캡처

'오토 웜비어 재단'의 초대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된 이서현씨. 사진 이서현 페이스북 캡처

보도에 따르면 웜비어의 아버지인 프레드 웜비어는 VOA와 통화에서 ‘오토 웜비어 재단’이 수여하는 초대 장학금 수혜자로 탈북민 이서현 씨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은 평소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지길 꿈꿨다. 이런 뜻에 따라 탈북자 교육 지원을 목적으로 장학금을 수여하는 것”이라며 “우리 가족이 멋진 젊은 여성을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머니 신디 웜비어도 “(이번 장학금 수여는)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며 “아들이 단지 (북한에 의한) 희생자로 기억되기보단, 그가 남긴 유산이 죽음보다 훨씬 더 크게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11월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납북·억류 피해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19년 11월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납북·억류 피해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서현 씨는 지난 2014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고를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에서 근무하던 아버지와 함께 남한으로 탈출해 2016년 미국에 정착했다. 아버지 이정호 씨는 39호실 산하 대흥총국의 선박무역회사 사장과 무역관리국 국장, 금강경제개발총회사 이사장, 중국 다롄주재 대흥무역총회사 지사장 등을 역임한 북한 고위 엘리트 출신이라고 VOA는 전했다.

이서현 씨도 평양에서 태어나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을 다니다 중국에서 유학했다. 현재는 미국 컬럼비아대 국제행정대학원(SIPA·School of International and Public Affairs)에서 수학 중이다. 이 씨는 자신의 탈북 이유에 대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평양에서 나고 자라며 정권에 충성했지만, 친구들과 그 가족이 처형되고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지는 것을 보며 그 믿음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웜비어의 부모는 수도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북한 관련 행사장에서 이 씨를 만났고, 북한의 변화와 북한 주민의 자유를 위한 활동을 위해 필요한 공부를 하겠다는 포부를 듣고 장학금 수여를 결정했다. 프레드 웜비어는 “북한 고위 엘리트 출신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탈출한 뒤 북한의 자유를 위해 노력하는 열정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VOA와 통화에서 “웜비어 재단의 초대 장학금 수혜자로서 단순히 장학금을 받는 것 이상의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웜비어 부모가 북한을 변화시키고 북한 정권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체계적인 학업을 통해 이 같은 일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웜비어의 부모는 이 씨를 시작으로 다른 탈북민 학생에게도 장학금을 계속 수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6년 북한에서 체제전복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억류됐다가 이듬해 6월 혼수상태로 돌아와 엿새 만에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6년 북한에서 체제전복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억류됐다가 이듬해 6월 혼수상태로 돌아와 엿새 만에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로이터=연합뉴스

웜비어는 지난 2016년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에서 체제전복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북한에 억류됐다. 이듬해 6월 석방됐지만, 혼수상태로 돌아와 엿새 만에 숨졌다. 웜비어의 부모는 2018년 4월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미 법원은 같은 해 12월 북한이 5억113만 달러(약 6687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뉴욕주가 압류해 놓은 북한 동결 자금 24만 달러(약 3억2000만원)의 지급 판결을 얻어내는 등 지속적으로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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