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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길] 노천 갤러리 … 끼 넘치는 미대생들 골목 담벼락에 릴레이 벽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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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홍대 거리는 조용하다. 극동방송국에서 홍대 정문으로 가는 골목으로 들어선다. 이럴 수가. 밤의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벽화다. 이리저리 꺾이는 골목을 따라 계속 이어지는 벽화의 행진이다.

분위기가 묘하다. 낡은 담벼락과 세월이 훑고 간 흔적, 그 위에 그림이 수놓아져 있다. 모두 미대 학생들의 작품이다. 벽화 그리기가 시작된 것은 10년 전. 홍익대에서 주최한 거리미술전 행사 중 야외갤러리를 표방한 벽화 제작이 있었다. 거리미술전은 곧 '거미전'이란 애칭까지 얻어가지며 큰 인기를 끌게 됐다. 주변 대학의 끼 넘치는 미대생들이 대거 참여했다. 담벼락은 거대한 화폭으로 탈바꿈했다.

벽화의 출발점은 주차장 골목이다. 놀이터와 피카소 거리를 달려, 극동방송국에서 홍대 정문으로 가는 골목까지 다채롭게 펼쳐진다. 벽화의 묘미는 '있는 그대로'다. 군데군데 허물어진 낡은 담벼락, 거기 그대로 파스텔톤 그림을 입혔다. 그림 앞에 서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벽화의 온기가 보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양머리를 하고 점잖게 앉아 있는 신사의 모습에 웃음이 나고, 별 총총 뜬 밤하늘을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에서 아릿한 옛 시절을 떠올린다. '꿈을 줄 수 있는 곳은 바로 홍대다'란 글씨 밑에 침대를 그려넣은 벽화도 있다.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걸까. 이렇게 홍대 앞 벽화 골목은 천장 없는 거대한 갤러리다.

‘요기’ 의 국수

벽화 골목을 돌며 독특한 분위기에 흠뻑 젖은 뒤라면, 이탈리아풍이나 일본식 메뉴는 왠지 당기지 않는다. 국수집 '요기(02-3143-4248)'의 문을 밀고 들어선다. 스테인리스 그릇 가득, 양 한번 푸짐하다. 양손으로 그릇을 잡고 국물부터 마신다.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한 그릇 3500원이라는 가격이 놀라울 뿐이다. 벽화 골목을 돌며 살짝 땀을 빼고, 따뜻한 국수 한 그릇. 궁합이 딱 맞아떨어진다.

홍대 앞에서 놓쳐선 안될 명물이 또 하나 있다. '프리마켓(Free-market)'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홍익대 앞 놀이터에서 열리는 중고품 벼룩시장. 하지만 더 많은 건 판매자들이 직접 제작한 각종 수공예품이다. 그러니 '예술시장'에 더 가깝다 할까. 그래서 어떤 이들에겐 전시장 역할도 톡톡히 하는 곳이다. 작품을 팔아 돈을 벌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내보이기 위해 그림을 펼쳐 놓은 생활예술가들도 제법 있다. 직접 그려 만든 티셔츠, 앙증맞은 가방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여대생, 반지 대신 휴대전화 줄을 함께 맞추는 커플. 모두가 순수와 예술적 감성이 넘치는 2006년 홍대 거리의 풍경이다.

정수윤(프리랜서)

◆Cafe Von Sabo

매장을 가득 메운 감각적인 의자, 머그컵, 빈티지풍 라디오를 보고 인테리어 컬렉션숍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카페다. 매장 안 물건들은 주인이 유학시절 해외에서 직접 사 모은 것들이라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커피 4000원대, 오전 9시~오후 11시, 02-324-1448.

◆삼거리 포차

YG의 양현석이 운영하는 포장마차. 홍대에서 극동방송국 가는 방향 대로변에 있다. 어느새 홍대 앞 명물로 자리잡았다. 점잖은 와인바와 달리 언제나 시끌벅적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사람들의 발길을 붙든다. 소주 3000원, 안주 1만원대, 오후 5시~오전 6시, 02-334-3301.

◆카페 룸앤루머

삼거리 포차 맞은편에 있는 멀티 카페. 꽃차전문점으로 출발했지만 커피와 하우스와인을 찾는 단골도 적지 않다. 모퉁이의 작은 테라스는 커플을 위한 공간. 꽃차 5500원, 하우스와인 7000원, 조각케이크 4500원대, 오전 11시~오전 3시, 02-322-6832.

◆회전초밥집 GARO

벽에 그려진 물고기 일러스트 벽화가 재미있는 회전초밥집. 초밥도 초밥이지만 매콤하고 시원한 알탕이 일품이라, 안주거리 찾아 들르는 손님들도 꽤 많다. . 메로구이 5000원, 알탕1만5000원, 평일 오전 11시30분~오전 4시, 02-322-1692.

◆퓨전 중식당 피낭

카페와 레스토랑을 합친 듯한 분위기의 퓨전 중식당. 인테리어도 예쁘고 음식도 맛깔난다. 1층은 여성스러운 분위기의 벽지와 장식이 돋보이고, 2층은 화이트와 원목이 어우러진 산뜻한 느낌이다. 대표 메뉴인 스파이시 크림소스 새우 3만1000원, 탕수육 1만6000원, 식사류 8000원부터, 오전 11시~오후 10시, 02-325-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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