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자기소유 신문 창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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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친고르비 언론에 불만 「가제타 로시야」지 펴내/개혁성향 언론인 영입/모스크바서 인기 폭발/미 기업서 축하광고내 눈길
소련 개혁파 지도자이자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인 보리스 옐친이 자신의 신문을 갖게 됐다.
그동안 보수성향의 신문들과 친공산당ㆍ친고르바초프 계열의 언론들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던 옐친이 드디어 지난 1일 자신의 신문인 「가제타 로시야」를 창간한 것이다.
약 10만부를 발행한 가제타 로시야 창간호는 1면 머리기사로 정치평론가이자 옐친의 1급참모인 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신문의 논설위원 파벨 보샤노프의 칼럼을 과감히 싣는등 개혁적 성향이 강한 기사로 채워진 8면을 발행했다.
그러나 대다수 모스크바 시민들은 개혁성향의 이 신문이 창간됐다는 사실을 다른 신문들의 보도를 보고서야 알게 됐으며,이를 사기위해 신문 가판대에 달려갔으나 이미 신문은 다 팔린 후였다.
「러시아공화국 최고 소비에트의 신문」이라는 부제를 단 가제타 로시야는 1일 러시아공화국이 「5백일 경제계획」을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시점에 맞추기 위해 창간을 서둘렀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옐친은 고르바초프와 정면대결을 시도하고 있으며,현재 비밀리에 진행중인 은행개혁작업과 러시아공화국 만의 대외경제은행 및 중앙은행 창설을 마무리할 경우 군대와 KGB를 제외하고는 모든 부문에서 고르바초프 권위에 도전하게 된다.
옐친은 지난 3월 자신의 통신사를 만들기 위해 반관영 노보스티 통신사를 접수하려 했으나 고르바초프가 신언론법을 공포,이를 좌절시킨바 있다.
지난 6월 이후 옐친은 비밀리에 자신의 신문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공산당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의 편집국장 알렉산데르 드로즈도프를 자신의 측근 참모로 영입했다.
드로즈도프는 최근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를 소련내에서 가장 개혁적인 성향의 신문으로 탈바꿈하도록 만든 장본인으로 소련 언론계 40대 기수중 한사람이다.
이후 옐친은 드로즈도프를 중심으로 기자ㆍ논설위원 등을 널리 스카우트하고 드로즈도프를 가제타 로시야 주필자리에 앉혔다.
1일자 가제타 로시야 창간호를 읽은 대다수 언론인들과 독자들은 이 신문이 개혁의 필요성과 급진적 주장을 펴는 진보적 논객들의 글을 싣고 있어 독자들의 큰 관심을 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신문을 찍기위한 용지와 잉크가 부족한 소련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 신문이 급격히 부수를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제타 로시야의 창간호엔 미국의 반도체ㆍ컴퓨터 전문회사인 인텔사가 전면광고를 실어 창간을 축하했고,현재 러시아공화국의 사업허가를 기다리는 몇몇 외국기업들도 광고를 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제타 로시야의 한부 가격은 보통신문의 두배가 넘는 10코페이카(한화 약1백20원)이나,독자들은 이 신문을 사기위해서라면 몇시간의 줄서기도 감수할 자세다.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가 점점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창간된 가제타 로시야는 앞으로 소련 지도부에 또하나의 큰 두통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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