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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통보 없이 열린 북한 황강댐...비만 오면 좌불안석 연천주민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전역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지난 8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홍수조절댐이 임진강 상류에서 흘러들어 온 물을 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전역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지난 8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홍수조절댐이 임진강 상류에서 흘러들어 온 물을 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황강댐이 예고 없는 방류를 일삼으니 비가 내리면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합니다.”(60대 이모씨)
“그렇게 우리 정부와 연천 주민들이 황강댐 방류 시 사전에 통보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럴 수가 있습니까.”(50대 김모씨)

지난 8일 오전 10시 20분부터 임진강 최북단 남방한계선에 있는 필승교 수위가 급상승하면서 경기도 연천군 주민 다수는 또 다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9일 오전 만난 연천군 주민들은 불어난 임진강 물을 바라보며 하소연했다.

연천군과 한강홍수통제소 등에 따르면 8일 오전 10시 20분 1.64m이던 수위가 불과 20분 만에 31㎝나 불어나 오전 10시 40분 1.95m로 높아졌다. 이런 가파른 수위 상승은 이후에도 이날 밤까지 이어졌다. 오전 11시 50분 3.03m로 불어난 뒤 오후 9시 10분 5.90m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이후 서서히 수위가 낮아지면서 9일 오전 9시 40분 현재 수위는 3.76m였다.이번에도 북측이 황강댐 수문을 열었다는 게 관련 기관들의 추정이다.

북한 황강댐 방류 추정 시간 이후 임진강 필승교 수위 변화. 한강홍수통제소

북한 황강댐 방류 추정 시간 이후 임진강 필승교 수위 변화. 한강홍수통제소

황강댐은 군남댐보다 5배 규모 커 대응 역부족  

연천군과 필승교 10㎞ 하류에 있는 군남댐 관리사무소는 임진강 유역을 필승교 수위에 따라 4단계로 나눠 관리한다. 수위가 1m를 넘어서면 하천 행락객 대피, 2m는 비홍수기 인명 대피, 7.5m는 접경지역 위기 대응 관심 단계, 12m는 접경지역 위기 대응 주의 단계를 각각 발령한다.

군남댐(군남홍수조절댐) 수위도 전날 오후 9시 20분 29.77m까지 상승한 뒤 조금씩 내려가 이날 오전 10시 20분 현재 28.49m로 낮아졌다. 군남홍수조절댐의 계획홍수위는 40m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북한 황강댐(총 저수량 3억 5000만t)은 대응댐(홍수조절용댐)인 연천 군남댐(총 7100만t)보다 규모가 5배 크고, 57㎞ 거리(군사분계선 북쪽 42.3㎞)에 인접해 있다. 황강댐에서 방류하면 불어난 물은 4시간 정도면 남측에 다다른다. 여기에 만조 시간이 겹쳐 하류 물이 빠지지 않으면 피해가 커진다.

지난 2009년 10월 남북이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접촉을 하고 사전에 댐 방류를 통보하기로 합의한 뒤 북측은 2010∼2013년 몇 차례 약속을 지켰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이후엔 사전 통보 없이 무단 방류를 계속하고 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수문 개방 정보 통보해주길”

황강댐의 예고 없는 방류로 연천·파주 지역의 피해가 잇따랐다. 2009년 황강댐 무단 방류로 야영객 6명이 숨졌고, 이후에도 해마다 야영객 대피, 어선 유실 및 어구 손실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2020년 8월에는 주택 71가구가 침수되고 군사시설 141곳과 하천 44곳이 유실됐다.

통일부는 지난 8일 “북한 지역에 집중 호우가 쏟아지면서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여닫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강수 상황에 따라 황강댐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으로부터 황강댐 방류와 관련해 통보는 없었다”며 “방류 여부는 북측의 통보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장마기간에도 방류가 이어지자 같은 달 28일 통일부는 입장문을 내고 “장마철 남북 접경지역 홍수 피해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북측에 댐 방류 시 사전 통지를 공개적 요처했지만 아직 사전 통보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는 “북측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하루속히 황강댐 수문 개방 정보를 우리 측에 사전 통보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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