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페만서 무력사용 “의견타진”/베이커국무 중동등에 왜 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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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유엔승인 결의안 얻어내기 “행보”/견해차이 보인 고르바초프 설득도
교착상태에 빠진 페르시아만사태의 해결을 위해 미국이 무력사용에 대비한 최종점검에 들어갔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4일부터 1주일동안 사우디아라비아ㆍ이집트ㆍ터키 등 중동주변국가 및 영ㆍ불ㆍ소 등 안보리상임이사국들을 순방,이들 국가의 마지막 의견타진에 들어갔다.
또 부시대통령도 오는 22일 추수감사절을 전후해 유럽정상을 비롯 아랍국가를 순방할 예정이어서 11월하순께는 미국의 해결방향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부시대통령은 중간선거지원유세를 하는 가운데 무력사용의 불가피성에 대한 언급이 잦았고 미정부내에서 협상파로 알려진 베이커국무장관까지도 순방취재단에 『평화적인 해결이 안될 경우 무력사용이 불가피하며 결코 이것이 말장난이 아니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번 순방의 목적이 심상치 않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베이커장관의 일정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우선 안보리상임이사국인 영ㆍ불ㆍ소를 직접방문하며 카이로에서는 중국외무장관을 만날 계획이어서 이번 순방으로 안보리상임이사국의 정상이나 외무장관을 모두 만나게 되어 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이 지역에 파병중인 이집트와 터키를 방문하고 시리아 외무장관도 만날 계획을 갖고 있다.
결국 이번 순방으로 쿠웨이트사태와 관련된 주요국가들의 당국자들을 모두 접촉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페르시아만 사태에 개입하면서 항상 유엔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왔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이 무력을 사용하는 사태가 오더라도 유엔이라는 이름아래 진행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번에 상임이사국을 모두 접촉하는 것은 유엔으로부터 무력사용을 승인하는 결의안을 얻어 내자는 의도로 보인다.
이것이 실현될 경우 무력사용시 미국은 국내외적으로 명분을 확보할 수 있을뿐 아니라 미국이 실제 무력을 사용치 않더라도 이라크에 대해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는 큰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최근의 소련자세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고르바초프가 『페르시아만사태는 아랍권내의 조정으로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등의 발언을 함으로써 미소간 입장차이가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데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베이커의 소련방문은 양국간의 이같은 이견을 직접 해소하겠다는 목적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으로서는 전쟁이라는 수단을 택할 수 밖에 없을 경우 비록 주력은 미군이 맡는다해도 직접 참전하는 국가들의 의사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 지상전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집트 등 이 지역국가 군대들이 선봉에 서야 명분도 서고 미군의 사상자도 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지역 파병국가들의 의사가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이지역의 파병국가들이 정말 전쟁을 할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인지,어느 조건하에서 군사행동이 가능한 것인지,또는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상황은 무엇인지등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베이커를 수행하고 있는 한 관리는 『무력사용을 할 경우 파병국들이 어느 정도의 희생까지를 각오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여행』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전쟁에 대비해 다국적군의 지휘체계를 일원화시키는 문제도 구체적으로 협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여행을 통해 미국이 어떤 결심에 섰다하더라도 당장 작전이 개시되리라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미국은 향후 몇주일 더 이라크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키면서 10만병력 증파 등 공격에 대비한 전열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관계당국자들도 『최소한 12월이 되기전까지는 후세인이 직접적으로 도발하지 않는한 무력사용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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