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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과 ‘이당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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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허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허진 정치팀 기자

허진 정치팀 기자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를 배제하는 ‘이당완박’(이준석 당권 완전 박탈) 과정은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할 때와 여러모로 닮았다.

우선 강성 지지층은 좋아하지만 진영 내에서도 우려가 있다. 의회 민주주의내지 법치주의 상식의 관점에서 검수완박은 황당한 밀어붙이기였다. 검찰 개혁에 공감하는 사람조차도 그런 방식의 개혁엔 동의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반 검찰 권력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다들 알기 때문이다. 이당완박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의 분란 조장에 눈살을 찌푸리던 사람들도 대선과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추진되는 이당완박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8일 새벽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소명을 마친 이준석 대표. 김상선 기자

지난달 8일 새벽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소명을 마친 이준석 대표. 김상선 기자

온갖 기술이 동원된 점도 같다. 검수완박 과정을 복기하면 ‘상식적인 국회의원’을 전제로 만들어진 국회선진화법이 얼마나 무용지물인지 알 수 있다. 이당완박도 그렇다. 고고한 ‘창당의 아버지들’은 상상 못 했을 당헌·당규 해석 기술이 동원돼 비상대책위원회 비포장길이 뚫렸다. ‘사퇴 선언은 했지만 사퇴는 안 한’ 최고위원들의 역할도 극적 요인이다.

대통령의 본심이 뒤늦게 드러난 것도 같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검수완박에 시동이 걸릴 때만 해도 심중을 알기 어려웠다. “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처럼 이현령비현령 해석이 가능한 말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국민의힘의 요구를 결국 거부했다. 대신 퇴임 6일을 앞두고 검수완박을 완결 짓는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도 그동안 불분명했다. “이 대표를 싫어한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윤 대통령의 마음이 직접 공개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로 윤 대통령의 입장은 또렷해졌다.

물론 두 완박의 결정적 차이도 있다. 검찰을 사냥개로 여기는 권력이 잘못이지 검찰 전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반면 이 대표가 성 접대를 받고 이를 덮기 위해 증거인멸 교사를 했다는 의혹은 무겁다. 진솔한 사과도 없이 분란만 일으키는 이 대표가 여당 당수를 하기에 매우 부적절하다는 이당완박 진영의 생각도 이해가 간다. 그렇더라도 유무죄 판가름을 기다려 이 대표를 내쫓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면, 아예 처음부터 정치적으로 풀었어야 했다. 그걸 자꾸 법 기술이라는 지름길을 찾다 보니 오히려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는 사달이 났다. 머잖아 결론이 날 것이다. ‘이준석 당 대표가 완전 박살 날지’ ‘이준석 당 대표가 완전 박해를 받은 건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