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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어도 괜찮아" 알리바바, '자율주행 트럭' 도로주행 나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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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전기차와 함께 자동차 제조업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다. 올 들어 중국 자율주행 분야에서 유달리 두각을 나타내는 대기업이 있어 업계 이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세계 최대 B2B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알리바바의 이야기다.

[사진 신랑재경]

[사진 신랑재경]

中 대표 빅테크 기업, ‘자율주행 트럭’으로 업계 선두 쟁취?

지난 6월 27일, 알리바바는 저장(浙江)성 더칭(德清)에서 발급한 L4 자율주행 트럭 공개 도로 테스트 면허를 획득했다. 이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발급된 L4 수준의 자율주행 트럭 테스트 면허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알리바바는 지난 6월 말, 저장성 더칭에서 자율주행 트럭 면허를 획득했다. [사진 潇湘晨报]

알리바바는 지난 6월 말, 저장성 더칭에서 자율주행 트럭 면허를 획득했다. [사진 潇湘晨报]

알리바바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다모아카데미(達摩院, 소림사의 무공 훈련소에서 이름을 따온 알리바바의 미래기술 연구개발센터)가 개발한 무인 트럭 '다만뤼(大蠻驢)'는 앞으로 더칭의 고속도로 구간을 포함한 지정 구역에서 도로 테스트를 시행할 예정이다.

다모아카데미 관계자는 “알리바바가 L4급 자율주행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더칭에서 발급한 도로 테스트 면허는 L4 자율주행 트럭의 개발을 가속화하고 공개된 일반 도로, 고속도로 간선 도로 등 지역에서 자율주행을 가능케 할 것”라고 강조했다.

L4 자율주행이란 일정 구간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동화된 주행이 가능한 등급이다. 총 L6(0~5)으로 나뉜 자율주행 등급에서 무인차에 해당하는 L5 바로 앞 단계이기도 하다.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 중에서도 L4 자율주행차를 일반도로에서 운행하는 것은 흔하지 않다. 이는 알리바바의 기술력이 그만큼 앞서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다만뤼는 이미 2021년경 최고 시속 80㎞의 속도로 거점부터 반경 10㎞ 내에서 배송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2020년 내놓은 첫 자율주행 물류 차량인 ‘샤오만뤼(小蠻驢)’에도 L4 수준의 기술이 탑재되었다. 샤오만뤼는 최후 3㎞ 구간의 택배, 음식 배달, 신선식품 배송 등에 쓰였다. 올해 3월 말 기준 샤오만뤼의 누적 배송 주문은 1000만 건을 돌파하며 상용화에 성공, 무인 배송 분야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사진 신랑커지]

[사진 신랑커지]

알리바바의 자율주행 사업, 경쟁사보다 늦었는데 괜찮을까?

이번 자율주행 테스트 면허 발급은 알리바바의 물류 사업과 관련이 깊다. 알리바바는 2015년부터 물류 분야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응용해왔다. 다모아카데미의 기술력과 알리바바 산하 물류업체인 차이냐오(菜鳥)의 노하우가 합쳐진 결과다. 2020년 첫 자율주행 물류 차량 샤오만뤼를 내놓은 이후, 도로 테스트 면허를 취득해 제품 상용화를 위한 대규모 테스트를 시행하는 등 관련 연구개발에 힘을 쏟아왔다.

2021년은 자율주행 트럭 개발의 원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리바바 외에도 다양한 기술업체에서 물류에 활용하기 위한 자율주행 트럭을 잇달아 선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계 미국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인 투심플(TuSimple·圖森未來)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글로벌 자율주행 1호주(株)’로 자리매김한 것도 자율주행 트럭 사업에 대한 자본시장의 인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때부터 업계 선두기업들은 자율주행 트럭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바이두와 스차오(獅橋)는 공동으로 전기 트럭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2021년 9월, 첫 자율주행 컨셉 트럭 싱투(星途) 1세대를 공개했다. 싱투는 1㎞ 이상의 초장거리 감지 능력을 갖춘 대형 전기 트럭으로, 2023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 플러스(Plus)와 제일자동차그룹(FAW) 제팡(解放)이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트럭 J7이 2021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인셉티오(Inceptio·嬴徹科技)와 둥펑(東風)은 트럭 자율주행 시스템 ‘쉬안위안(軒轅)’을 선보이며 2024년까지 8만 대의 자율주행 트럭을 내놓겠다고 공표했다.

[사진 인셉티오 공식홈페이지]

[사진 인셉티오 공식홈페이지]

이들 기업은 알리바바보다 2~3년 정도 자율주행 상용화를 먼저 시도했으나, 대부분 프로토타입이나 컨셉카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업계는 알리바바의 자율주행 트럭 개발이 늦은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자율주행 전문기업보다 한발 늦은 출발…정부 정책에 힘입어 경쟁사 제쳤다

특히 2021년부터 도입된 자율주행 관련 정책도 알리바바의 자율주행 사업에 속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2021년 1월,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 공안부, 교통운수부 등은 스마트 커넥티드카 고속도로 테스트 및 시범 응용을 허용했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 트럭의 대규모 도로 테스트에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을 명시, 알리바바의 트럭 테스트에 속도를 더했다.

[사진 36Kr]

[사진 36Kr]

이에 앞서 중국 정부는 2018년 다양한 성(省)·시(市)에서 스마트 고속도로를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율주행 트럭 시범 사업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 덕분에 알리바바가 트럭 개발 후, 이른 시일 안에 시범 테스트를 적용할 수 있었다는 진단이다. 일례로 알리바바는 2018년 항저우(杭州)에서 첫 자율주행 도로 테스트 면허를 획득한 바 있다.

특히 그간 까다롭게 다루었던 ‘무인 테스트’도 허용했다. 알리바바의 다만뤼가 이번 기회를 통해 L4 수준의 도로주행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된 이유다.

이 밖에도 알리바바는 경쟁사보다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가장 빨리 상용화시킬 수 있는 분야에 자율주행을 적용했다. 그 해답이 바로 ‘물류’였다.

기존 '물류' 사업에 '자율주행 기술' 한 스푼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쌓아올린 물류 경험 덕분에 자율주행 기술을 서둘러 도입할 수 있었다. 알리바바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21년 9월 자체 개발한 L4 수준 물류 자율주행 차량인 샤오만뤼는 중국 22개 성(省)에 있는 수십 개의 대학에 진입했다.

[사진 T客邦]

[사진 T客邦]

다만, 샤오만뤼와 같은 물류 자율주행차는 대학과 같은 제한된 공간에서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한계점을 지녔다. 이에 알리바바는 ‘자율주행 트럭’으로 시선을 돌린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국의 도로 화물운송을 통한 총 물류비용은 11조 위안(2143조 200억 원)을 넘는다. 그중 중형 및 대형 트럭 운송이 전체의 82%를 차지하며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알리바바는 샤오만뤼를 통해 축적한 경험치를 한창 뜨고 있는 대형 트럭 시장에 적용한다는 ‘묘수’를 고안해낸 셈이다.

앞서 수십 대의 샤오만뤼가 올해 4, 5월 상하이에서 언택트 배달에 성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는 코로나19로 시 전체가 봉쇄되면서 사회적 활동에 제약이 생기자, 황푸(黃浦)구가 임시로 샤오만뤼를 공개 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때였다.

결과적으로 샤오만뤼는 3000㎞ 이상을 주행하면서 60만 건 넘는 물자를 배송, 무사고를 기록했다. 알리바바는 이번 다만뤼의 도로 테스트가 성공할 경우, 차츰 테스트 도로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율주행 관련 특허 수에서 화웨이, 지리(吉利·Geely)자동차 등에 밀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양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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