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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먼저, 우유 먼저? 영국판 '찍먹부먹'…티 소믈리에의 답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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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최근 식음료 업계서 차(茶) 메뉴가 주목받고 있다. 차가운 음료를 선호하는 여름철 수요와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MZ세대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면서다. 커피 전문점에서도 과일·허브 등 다양한 재료를 더한 차 활용 음료가 인기를 끌고, 콤부차 등 차 기반 건강 음료도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려는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업계에선 커피 문화가 발달하면서 비슷한 상황에서 마실 수 있는 차가 커피의 대안으로 뜨고 있다고 진단한다.

커피전문점 매출 TOP5에 차, 영국 티브랜드도 상륙

커피전문점 할리스는 매년 제철 과일을 활용한 여름 시즌 음료를 선보인다. 올해는 과일과 녹차를 접목한 프리미엄 음료 ‘제주 청귤 그린티’를 출시했다. 일상에서 즐기는 휴양지의 즐거움과 여유로움을 표현한 메뉴로 상큼한 맛과 감각적인 비주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할리스 측 설명이다. 할리스 관계자는 “논 커피(non-coffee·커피 아닌 음료) 부문 매출 TOP5 안에들 만큼 인기”라고 했다.

할리스의 제주 청귤 그린티. 과일과 녹차의 조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할리스]

할리스의 제주 청귤 그린티. 과일과 녹차의 조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할리스]

건강을 관리하는 트렌드를 타고 차 기반 음료 콤부차의 인기도 뜨겁다. 콤부차는 설탕을 넣은 녹차나 홍차에 유익균을 넣어 발효시킨 음료다. 유통업체 위메프에 따르면 올해 6월 한 달 콤부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1% 늘었다.

지난달 25일 서울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매장)를 낸 영국 홍차 브랜드 위타드도 최근 부는 차(茶) 바람을 반영한다. 위타드는 135년 전통의 영국의 유명 차 브랜드로, TWG·포트넘앤메이슨 등 고급 수입 차 브랜드와 비견된다. 지난 1월 국내 첫 출시 후 서울 강남 삼성타운점에서 판매를 시작했으며, 6월에는 청담점으로 매장을 확대했다.

위타드 관계자는 “차 업계에서는 국민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가면 커피보다 차 문화가 발달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특히 한국에서는 커피가 단순히 음료라기보다 사교 및 여가 문화로 발달한 만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차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영국 티 브랜드 위타드는 지난달 서울 청담동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다. [사진 위타드]

영국 티 브랜드 위타드는 지난달 서울 청담동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다. [사진 위타드]

취향·경험 중시하는 MZ들 차(茶)에 주목

최근엔 차 문화가 중장년층이 아니라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그동안 차는 맛을 즐기기 어렵고 접하기도 쉽지 않아 소수가 즐기는 고급문화라는 인식이 컸다. 점차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 탐구하고 이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커피보다 흔하지 않은 차 문화에 주목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3만 원 안쪽으로 내 취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2000년대 초반에 불었던 와인 붐과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 21일 위타드 청담 매장에서 열린 티 파티에서 만난 케이트 올라드 티 소믈리에는 “차에는 백차·홍차·우롱·황차·녹차·보이차 등 크게 6가지 종류에 가향차(향을 더한 차)·혼합 차(블렌디드 차)까지 하면 수천 가지 종류의 차가 존재한다”며 “자신의 취향을 찾기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이 즐길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했다.

케이트 올라드 위타드 티 소믈리에는 "차는 카페인이 비교적 적어 여러 잔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는 등 좀 더 즐기기 쉽고 보편적 매력이 있다"고 했다. 우상조 기자

케이트 올라드 위타드 티 소믈리에는 "차는 카페인이 비교적 적어 여러 잔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는 등 좀 더 즐기기 쉽고 보편적 매력이 있다"고 했다. 우상조 기자

단맛 좋아하면 차보다 우유 먼저, 티 소믈리에의 차 음용법

영국 차 협회에 따르면 영국 전체에서 하루 소비되는 차가 1억 잔이라고 한다. 특히 홍차 사랑이 지극한 영국에서 차는 일상이다. 한국에서 탕수육을 먹을 때 소스를 찍어 먹는지, 부어 먹는지에 대해 논쟁이 있듯, 영국에서는 밀크티를 만들 때 차를 먼저 붓고 우유를 붓는지, 우유를 붓고 차를 나중에 붓는지 순서 논쟁이 있을 정도다. 영국의 밀크티는 아시아에서 흔히 즐기는 밀크티처럼 차 반 우유 반이 아니라, 홍차를 우린 뒤 우유를 살짝 곁들여 먹는 방식이 많다.

올라드 티 소믈리에는 “취향 차이가 크지만, 순서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난다”며 “단맛을 좋아하면 우유를 먼저 넣고 차를 붓고, 우유 특유의 고소한 맛을 그대로 느끼고 싶으면 차를 먼저 따르고 우유를 넣으라”고 조언했다. 우유를 먼저 따르고 뜨거운 차를 부으면 우유 단백질이 녹으면서 단맛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올라드 티 소믈리에는 차 150mL 한 컵에 우유를 10mL 더해 마시는 밀크티를 즐긴다. 우상조 기자

올라드 티 소믈리에는 차 150mL 한 컵에 우유를 10mL 더해 마시는 밀크티를 즐긴다. 우상조 기자

여름철 즐기기 쉬운 아이스티 음용법에 대한 조언도 곁들였다. 차가운 차 음료를 만드는 방법은 차가운 물에 우려내는 냉침(콜드 브루)과 뜨겁게 우린 차를 얼음 위에 붓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순수하게 홍차 잎만 들어간 차의 경우 냉침을 추천하고, 홍차에 말린 과일 등이 들어간 혼합 차의 경우 차를 뜨겁게 우린 뒤 얼음에 붓는 것이 좋다.

꽃이나 과일 말린 것의 경우 뜨거운 물이 아니면 잘 우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차를 탈 때 한 컵의 물(150mL)에 찻잎 한 티스푼(3g)을 3~5분 우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 진하게 우려내고 싶으면 찻잎의 양을 늘리는 것이 좋고, 시간을 늘리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5분 이상 우리면 쓴맛이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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