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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 끝, 커피머신도 끝? '핫한 소비자' 본 이들 생각은 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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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집’은 우리에게 한층 각별한 존재가 됐다. 끼니를 요리하고 커피를 마시고 취미활동을 하는 등 집에서 일궈가는 소소한 일상이 각별하게 다가왔다. 이와 맞물려 생활가전 시장도 코로나19 기간 중 이례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신봉규 필립스생활가전코리아 대표 인터뷰

필립스생활가전코리아는 자칭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7월, 131년 역사를 가진 글로벌 기업 필립스가 헬스케어와 생활가전을 분리하면서 각국의 생활가전 부문도 독립했다.

신봉규 필립스생활가전코리아 대표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 대표는 이랜드와 피자헛코리아 등 국내외 유통기업을 거쳐 2016년 필립스코리아에 합류해 분사 전인 2020년 11월부터 생활가전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사진 필립스생활가전코리아]

신봉규 필립스생활가전코리아 대표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 대표는 이랜드와 피자헛코리아 등 국내외 유통기업을 거쳐 2016년 필립스코리아에 합류해 분사 전인 2020년 11월부터 생활가전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사진 필립스생활가전코리아]


“생활가전은 철저히 소비자와 닿아있어요. 어떻게 ‘핫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느냐, 이 과정이 힘들지만 굉장히 재밌습니다.” 분사 후 1년, 서울 중구 필립스생활가전코리아 본사에서 신봉규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달라진 생활양식과 ‘다이내믹 가전’ 이야기를 들어봤다.

필립스와 완전히 다른 회사인가.
“법인은 다르지만 로고와 가치는 그대로 가져간다. 예를 들어 ‘의미 있는 혁신을 통해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필립스의 철학은 변함없다. 필립스생활가전은 주방가전, 커피머신, 의류케어 제품을 중심으로 이 철학을 실천하는 거다.”
그럼 달라진 게 뭔가.
“거대한 모함(母艦)에서 나와 스피드보트가 됐다는 것?(웃음) 구성원이 약 40명인데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 중심으로 젊고 날래졌다. 생활가전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변하다 보니 시장의 속도보다 빨라야 성장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신 대표는 이를 ‘데어링(Daring·대담함) 문화’라고 소개했다. 내부에선 생활가전(Domestic Appliances)의 앞글자를 따 ‘DAre(한번 해봐)!’라고 쓴다.

생활가전 시장이 어떻게 변했길래.
“과거엔 TV·냉장고·세탁기 등 대형가전이 중요하고 소형가전은 기본 기능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고 개성을 중시하면서 이를 만족시키는 소형가전의 중요성도 커졌다.”
예를 들면.
“필립스가 2010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에어프라이어만 봐도 ‘닭’ ‘냉동음식’ ‘야채’ 등 저마다 좋아하는 재료를 선택하면 알아서 가장 맛있는 온도와 시간을 조절해 조리하는 제품이 나왔다. 커피도 직접 원하는 원두를 갈아 카페 못지않은 품질로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라떼를 취향대로 마실 수 있는 커피머신이 인기다.”  
인공지능(AI)이 식재료 종류와 양에 따라 자동으로 온도와 시간을 조절하는 '스마트 센싱 에어프라이어'(왼쪽)와 입맛에 따라 12가지 커피 메뉴를 만들 수 있는 전자동 커피머신 '라떼고 5400 시리즈'.[사진 필립스생활가전]

인공지능(AI)이 식재료 종류와 양에 따라 자동으로 온도와 시간을 조절하는 '스마트 센싱 에어프라이어'(왼쪽)와 입맛에 따라 12가지 커피 메뉴를 만들 수 있는 전자동 커피머신 '라떼고 5400 시리즈'.[사진 필립스생활가전]

실제로 커피머신은 한국에서 특수를 맞았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의 인당 1년 커피 소비량은 367잔으로 세계 평균(161.3잔)의 2.3배에 달한다. 그동안 커피머신은 캡슐머신이 대세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에서 커피 전문점 수준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전자동 커피머신 시장이 급성장했다.

신 대표는 “필립스의 전자동 커피머신(‘라떼고’)의 경우 한국에서 코로나 전과 후, 매출이 2배 이상 늘어 다른 나라를 훨씬 앞질렀다”고 했다. 그 결과 현재 글로벌 가정용 커피머신은 필립스생활가전과 드롱기가 1·2위를 다투고 있다.

한국 소비자의 특성이 있다면.
“필립스에서는 한국 소비자를 ‘플러스 알파’라고 부른다. 최고 수준의 품질과 디자인은 기본이고 여기에 뭔가 더 더해져야 통한다는 얘기다. 그 알파가 바로 ‘내 라이프스타일에 맞느냐, 내 일상에 도움이 되느냐’다. 새로운 기술을 가장 잘 받아들이는 것도 한국이다.”  
스니커즈(운동화)와 다양한 신발을 회전 브러쉬로 닦을 수 있는 '스니커즈 클리너'(왼쪽)과 살균기능을 가지면서 무게가 가벼운 '핸디형 스티머'. [사진 필립스생활가전]

스니커즈(운동화)와 다양한 신발을 회전 브러쉬로 닦을 수 있는 '스니커즈 클리너'(왼쪽)과 살균기능을 가지면서 무게가 가벼운 '핸디형 스티머'. [사진 필립스생활가전]

코로나19 이후 한국 시장 트렌드는.
“홈카페와 집밥이 늘었다. 집밥엔 요리는 물론 밀키트 등 가정간편식 조리도 포함된다. 식단이 서구화하면서 오븐 수요도 커졌다. 또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살균 기능이 있는 의류관리 제품을 많이 찾는다. 소형가전은 20·30세대가 원하는 게 뭔지 끊임없이 봐야 한다.”
신봉규 필립스생활가전코리아 대표. 회사의 목표를 묻자 "작지만 꼭 필요한 생활가전들을 통해 단순히 먹고 자는 '집(houses)'이 아니라 삶의 경험을 공유하고 추억을 만드는 '가정(homes)'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필립스생활가전코리아]

신봉규 필립스생활가전코리아 대표. 회사의 목표를 묻자 "작지만 꼭 필요한 생활가전들을 통해 단순히 먹고 자는 '집(houses)'이 아니라 삶의 경험을 공유하고 추억을 만드는 '가정(homes)'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필립스생활가전코리아]

일례로 필립스생활가전은 Z세대의 스니커즈(운동화) 사랑에 주목해 세계 최초로 ‘스니커즈 클리너’를 출시했다. 또 젊은 세대가 눌러 다리는 다리미를 잘 쓰지 않는다는 점을 고민해 살균 기능이 있는 소형 스티머도 내놨다. 지난 3월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 수요에 맞춰 100%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만든 전기주전자·드립커피머신·토스터기 세트를 선보였다.

필립스 '친환경 에코 키친 세트'. 식물성 폐식용유를 재활용한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제품 구매시 비영리 환경단체를 통해 필요한 곳에 나무 1그루가 심어진다. [사진 필립스생활가전]

필립스 '친환경 에코 키친 세트'. 식물성 폐식용유를 재활용한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제품 구매시 비영리 환경단체를 통해 필요한 곳에 나무 1그루가 심어진다. [사진 필립스생활가전]

코로나19가 끝나면 ‘집콕’도 끝나지 않을까.
“어느 시기까지는 여행 등 외부활동이 크게 늘어나겠지만 계속 그런 속도로 가지는 않을 거다. 특히 집이나 환경에 대한 가치, 온라인 쇼핑 트렌드는 2년 넘게 습득한 대로 이어질 걸로 본다.”
가전제품도 온라인으로 많이 사나.
“소형가전은 대형가전에 비해 온라인 판매가 유리하다. 신제품을 출시해 거대 브랜드와 경쟁할 때도 온라인이 진입장벽을 낮춰준다. 분사를 계기로 국내 주요 온라인 채널에서 e커머스(전자상거래)를 강화한 결과 온라인 매출 비중이 코로나 이전 20%에서 50% 이상으로 급증했다. 2025년까지 한국에서 온라인 매출 비중을 70% 이상으로 올릴 계획이다.”

코로나19 특수와 적극적인 온라인 공략으로 필립스생활가전코리아는 분사 첫해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다. 신 대표는 “앞으로 청소기와 공기청정기 등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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