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냈다하면 세계 최초·최대...한국 주목하는 글로벌 브랜드

중앙일보

입력

최근 서울이 글로벌 브랜드의 리테일 혁신 무대가 되고 있다. 트렌드에 빠르고 디지털에 능숙한 데다 소비 경험이 많은 한국의 MZ세대가 최고의 테스트 베드(test bed·시험대)로 통하기 때문이다.

나이키, 세계 최초 스타일 매장 홍대에

지난 15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에 세계 최초의 ‘나이키 스타일’ 매장을 냈다. 스포츠에 집중했던 기존 매장들과 달리, 패션과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운 나이키 최초의 매장이다. 매장 절반 이상을 체험 공간으로 구성해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자기표현에 능동적이면서, 디지털 경험에 능숙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가 핵심 고객이라고 설명한다.

나이키 스타일 홍대 전경. 스타일과 매장 경험에 중점을 둔 점이 특징이다. [사진 나이키]

나이키 스타일 홍대 전경. 스타일과 매장 경험에 중점을 둔 점이 특징이다. [사진 나이키]

14일 찾은 나이키 스타일 홍대 매장은 갖가지 실험적 시도들로 가득했다. 총 3층 규모로 의류 위주의 1층과 신발 위주의 2층, 라운지 개념의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엔 볼 수 없었던 여러 새로운 콘셉트가 적용되었는데, 대표적은 ‘젠더 플루이드(성 중립)’ 매장 구성이다. 남·여를 구분해 의류와 신발을 따로 구성하는 대신, 모든 의류를 사이즈와 핏만 구분해 한 곳에서 고를 수 있게 했다. 성별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최근 패션 업계 트렌드를 반영했다.

Z세대를 위한 장치도 곳곳에 마련됐다. 먼저, 옷을 입어보면서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는 젊은 세대들의 행태를 반영한 피팅룸이다. 사진이 잘 나오는 은색 배경에 큰 조명을 설치하고, 조명 세기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매장 한쪽에는 녹색 배경에 카메라를 둔 콘텐트 스튜디오도 뒀다. 소비자가 직접 배경과 필터, 스티커 등을 적용해 자신만의 콘텐트를 제작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핵심 고객인 Z세대 취향을 겨냥한 다양한 경험 요소를 제공한다. [사진 나이키 영상 캡처]

핵심 고객인 Z세대 취향을 겨냥한 다양한 경험 요소를 제공한다. [사진 나이키 영상 캡처]

3층 라운지에는 셀프 사진 스튜디오도 있다. 최근 ‘인생 네 컷’ 등 MZ세대 사이에서 즉석 사진을 찍는 유행을 반영했다. 매장 곳곳에 나이키 관련 증강현실(AR)을 구동해볼 수 있는 QR코드를 숨겨두는 등 다양한 디지털 소통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의식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을 반영한 매장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폐자재를 매장 집기 및 바닥 설계에 활용하고 플라스틱 마네킹 대신 디지털 마네킹을 설치했다.

증강현실, 디지털 마네킹 등 다양한 디지털 소통 경험을 제공한다. [사진 나이키]

증강현실, 디지털 마네킹 등 다양한 디지털 소통 경험을 제공한다. [사진 나이키]

룰루레몬·딥티크 최대 규모 매장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도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중국 제외 아시아 최대 규모 매장을 냈다. 두 개 층으로 이루어진 727㎡(220평) 규모로 국내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특히 2층 한 층 전체가 남성 매장으로, 종류와 규모 면에서 여느 매장들을 압도하는 스케일을 자랑한다.

룰루레몬 이태원 매장. 규모도 크지만 국내서 가장 다양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 룰루레몬]

룰루레몬 이태원 매장. 규모도 크지만 국내서 가장 다양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 룰루레몬]

규모도 크지만, 국내서 가장 다양한 룰루레몬 제품들을 판매해 눈길을 끈다. 골프·테니스 컬렉션 이후 새롭게 확장된 하이크 컬렉션(걷기 및 등산을 위한 제품)을 가장 먼저 공개했고, 룰루레몬 대표 제품인 팬츠의 경우 가장 다양한 핏·기장·사이즈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에는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딥티크’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세계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매장)를 내기도 했다. 260㎡(약 78평) 규모로 프랑스 파리 본점을 포함해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있는 단독 매장 중 가장 크다.

딥티크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딥티크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트렌드 빠르게 받아들여, ‘실험’ 가능한 곳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로는 한국 시장의 특수성이 꼽힌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인 데다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데 능숙하다는 것이다. 나이키 측은 세계 최초 스타일 매장을 서울에 선보인 이유에 대해 “서울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혁신적인 리테일을 가장 빠르게 선보이고 있는 도시”이며 “경험을 강조한 매장이나 패션 스타일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글로벌 영향력 또한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룰루레몬 측은 “아시아 마켓에서 중국·호주 다음으로 한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라며 “특히나 이태원은 다채로움이 가득한 지역 커뮤니티로 보다 더 다양한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최적의 장소”라고 했다.

트렌드 분석가 이향은 LG전자 고객경험혁신담당 상무는 “한국, 특히 서울은 테스트 베드를 넘어 트렌드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 데다 호불호가 명확해 브랜드가 새로운 실험을 하고 결과를 빠르게 도출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의미다. 이어 “가장 큰 특징은 소비 경험치가 높은 MZ세대가 비교적 좁은 지역(서울 및 수도권)에 밀도 있게 자리한다는 점”이라며 “전 세계 어느 지역보다 효율적으로 시장 테스트가 가능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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