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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통령실 "비대위 불가피"...尹의중 여당에 이미 전달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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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여당 내홍 상황과 관련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당에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한 셈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3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지도부 개편 문제와 관련해 “비대위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주말 사이 당에 전달했다”며 “이런 방향으로 곧 당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모는 “지금보다 더한 비상상황이 어딨나”라며 “현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건 어렵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당헌 제96조엔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 상황의 해소를 위해 비대위를 둘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날 조수진·윤영석 의원이 최고위원직에서 연쇄 사퇴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저 역시 (당 대표) 직무대행의 역할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썼고,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 주변 그룹은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직도 내려놓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대선 시절부터 윤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해온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검수완박(검찰수사 완전 박탈) 협상을 잘못했을 때, 또 ‘이준석 징계’ 직후 지도부를 다 바꿨어야 했다”며 “빠른 시일 안에 윤석열 정부와 원팀이 될 수 있는 지도부를 새로 꾸려야 한다. 윤 대통령이 고꾸라지면 당의 총선도 무조건 필패”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한 참모는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한다’는 뜻인 음수사원(飮水思源)을 언급하면서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의 뜻과 정권교체를 원했던 민심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당 안에서 시작된 개편의 불씨는 대통령실 참모진에게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이날 국민의힘에선 “당은 물론 대통령실과 정부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조수진 의원), “여당, 내각, 대통령실 세 축은 무능함의 극치”(김태흠 충남지사) 등 인적 쇄신의 사정 범위에 대통령실도 포함했다. 당은 물론 정부와 대통령실의 동시 개편을 포함한 ‘여권 대수술’이 필요하단 주장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런 이야기는 저희가 주의 깊게 듣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대통령실 개편은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졌으면 참모들도 무한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다”며 “다들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결심이 필요한 시기”이라고 말했다. 참모 중에는 윤 대통령이 대선 때인 지난 1월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과 호흡하겠다”며 캠프를 ‘리셋’했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반론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참모들이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묻지마식으로 읍참마속을 했다가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을 경우 다음 카드는 뭐냐”며 “경제 위기 대응 등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단기간 안에 인적 개편을 할 확률은 낮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의 국정운영 기조는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면 정책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러려면 원칙론만 고집하는 대신 절충할 것은 절충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윤 대통령도 이를 잘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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