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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출범8년 「거듭나기」없이는 자멸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지난 3월17일 제주에서 개막, 팀 당 30게임씩 90게임을 소화한 90 프로축구 리그가 럭키금성이 5년만에 패권을 탈환한 가운데 3일 막을 내렸다.
그러나 프로축구가 출범한 후 8년이 지났으나 발전은 커녕 퇴보를 거듭하는 표류를 거듭, 일대 변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축구 팬들의 큰 기대 속에 83년 출범한 프로 리그는 첫해 게임당 3만명을 동원하는 대성황을 이루었으나 계속 침체를 면치 못해 관중이 게임당 5천명이하로 곤두박질, 심각한 침체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중들의 외면 속에 텅 빈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신명 날 리가 없고 툭하면 심판판정에 따른 불평·불만과 심하면 폭력을 터뜨리기도 하여 갈수록 팬들의 빈축을 사고있다.
월드컵 대회·다이너스티컵 대회·북경 아시안게임·남북통일 축구 등 예년에는 찾아볼 수 없는 국제 빅 이벤트가 줄지어 올해 축구는 팬들의 큰 관심을 끌었으나 국내무대는 50만명에도 못 미치는 관중을 끌어들이는데 그쳐 겨우 지난해 수준에 머물렀다.
출범 9년을 맞는 프로야구가 연관 중 3백19만명을 동원, 정착단계에 이른 것에 비교한다면 프로축구는 칠흑 같은 미로를 헤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프로 축구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프로리그 운영을 책임지고있는 축구 협회와 구단들간 반목의 골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중동원·전용구장·호남팀 창단·심판전임제·신인 스카우트 제도 등 문제들이 산적해있으나 협회와 구단은 서로 협조는 커녕 책임만 전가하는 추대를 계속 벌이고 있다.
구단은 협회가 국제대회만을 의식, 대표팀 관리에만 급급해 국내프로 리그를 등한시해 침체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이 협회에 있다면서 차제에 구단 중심의 독립기구를 설치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또 구단들은 해마다 20억원 이상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팀을 운영하고 있는데도 협회는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식으로 방치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협회에서는 『프로 리그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구단이다. 홍보와 팬 서비스를 통한 관중동원은 각 구단에서 맡아 처리해야하며 프로답게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한다』면서 『구단들이 지나치게 팀 성적 등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 돈이 들어가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사건건 반대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협회는 프로축구의 여건 조성에 한몫을 할뿐이지 실제로 프로 축구의 중흥을 위해서는 구단들이 장기계획을 세워 모든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회와 구단의 「떠넘기기식」책임 회피에 식상한 프로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이 모든 것이 축구인들이 못난 탓』이라고 자조하면서 지금부터라도 뜻을 한데 모아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강조한다.
프로 지도자들은 프로축구 침체의 일차적인 책임은 협회의 리더십 부족에 기인한 것이며 두 번째는 구단의 홍보 활동과 팬 서비스 등 투자부족에서 기인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해 6개 프로구단이 팀 운영(2군 포함)에 사용한 돈은 줄잡아 1백60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대우와 일화가 28억원씩을, 그리고 럭키금성이 27억원, 현대가 26억원, 유공이 25억원, 포철이 18억원을 구단 운영비로 사용했으나 팬 서비스와 홍보 선전비는 통틀어 10%수준에서도 크게 밑돌고 있다.
올해 우승을 차지한 럭키 금성은 고작 8천6백만원으로 전체 비용의 3%수준이며 가장 활발한 대우가 2억원으로 7%에 머무르고 있는 형편이다.
각 구단들이 관중동원을 위해 가장 중요한 팬 서비스와 홍보·선전을 이처럼 등한시하면서 그라운드에 관중들이 차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한낱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협회와 구단·축구인들이 한데 뭉쳐 프로축구 중흥을 위해 매진하지 않는 한 멀지않은 장래에 파국을 면키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임병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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