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환경 바뀌었는데도 20년 전 규제 계속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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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도입→폐지→부활→예외 적용. 출자총액제한제도가 걸어온 길이다. 이번에도 출총제는 명줄을 유지하게 됐다.

출총제는 1986년 도입된 '경제력 집중 억제제도'의 강력한 수단으로 탄생했다. 당시 정부는 대그룹 계열사들이 순환출자를 통해 무분별하게 몸집을 불리고 선단식 경영을 하는 바람에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시장에 독과점 피해를 준다며, 출총제와 상호출자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규제를 만들었다.

90년대 들어 대그룹의 영향력과 위상이 갈수록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툭하면 규제의 칼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경제가 휘청거리던 98년 초 공정위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들을 삼킬 우려가 있다며 출총제를 폐지했다. 출총제가 기업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정부도 인정한 것이다.

그러다 순환출자가 늘어났다는 이유로 정부는 2001년 초 출총제를 부활시켰다. 2002년 공정위는 동종.관련 산업에 대해 출자하거나, 민영화되는 공기업을 인수할 때는 출총제 적용을 제외했다. 또 신기술 분야나 사회간접자본시설 민간투자회사에 대한 출자 등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필요에 따라 이런저런 예외를 많이 만들면서도 출총제 골격은 유지하겠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누더기 출총제'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무는 "대주주 전횡이나 독과점 등 기업환경이 많이 바뀌었는데도 20년 전 도입된 출총제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며 "지금은 투자가 위축된 만큼 출총제를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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