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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준공 시기 몰려 있어 비인기 지역 공급 과잉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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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또 내놨다. 노무현 정부가 발표한 자질구레한 대책을 포함하면 50여 차례가 넘지만 규모가 큰 대책으로만 여덟 번째다.

수요 억제에 매달리다 공급 확대로 방향을 돌린 것을 비롯해 ▶분양가 인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서민 주거 안정 등이 이번 대책에 담겼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안이 3일 발표된 것을 구체화한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는 실수요자의 반발을 감안해 예상보다 강도가 낮아졌다.

정부가 급한 나머지 공급 확대 방안을 일시에 내놓았지만 집값 급등의 진원지인 '버블세븐' 지역의 공급 확대 계획은 빠져 있어 비인기 지역의 공급 과잉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공급 확대에 '올인'=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해 기존 원칙까지 포기했다. 이를테면 용적률을 높이고 녹지비율을 낮춰 주택 공급을 확대키로 했는데 이렇게 되면 개발밀도(ha당 인구 수)가 높아져 쾌적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발밀도를 낮추는 방식을 통해 쾌적성을 강조해온 정부가 공급 확대가 급해지자 기존 원칙을 수정한 것이다.

다세대.다가구의 규제 완화, 오피스텔에 대한 난방 설치 허용, 주상복합아파트에서 공동주택 비율의 상향 조정 등을 통해 주택 수를 늘리는 정책도 마찬가지다. 오피스텔 등에 대한 규제는 도심 마구잡이 개발과 교통 혼잡을 예방하고, 투기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최근 1~3년 새 강화된 것들이다.

서울시도 이 같은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송파 신도시의 공급물량을 3000가구 늘리는 것에 대해서도 잠실 일대의 교통난 악화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 허영 주택국장은 "규제 완화 대책은 주택의 공급 확대에는 별 기여를 하지 못하면서 주거환경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놓은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서울 강남 등 '버블세븐'지역의 집값은 잡지 못하고 되레 주택시장에 찬물만 끼얹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은 내부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최대 수요자인 베이비붐 세대(35~55세)의 인구가 2010년부터 급감하는데 정부가 공급 확대를 밝힌 신도시 아파트 준공이 비슷한 시점에 몰려 있어 예상치 못한 공급 과잉 사태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분양가 인하 효과 미지수=정부는 신도시의 분양가를 현재보다 25%가량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파주.검단 등 신도시 아파트의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700만~1100만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신도시의 광역교통시설 설치 비용의 일정액을 재정에서 지원하는 방안은 특정 지역 주민들이 많이 이용할 교통시설 설치에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게 맞는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분양가 인하가 투기 수요를 오히려 부추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연세대 서승환(경제학) 교수는 "고분양가가 집값 상승세를 부추길 순 있지만 분양가가 낮아진다고 다른 집값이 내려가는 건 아니다"며 "분양가가 싸지면 오히려 투기 수요를 부채질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표재용.김준현.신준봉 기자

◆ 투기과열지구=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 가운데 일정 요건을 갖추면 지정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선 ▶분양권 전매 제한▶5년 이상 무주택 세대주에 대한 주택 우선공급▶청약 1순위 자격 제한▶오피스텔 입주자 공개 모집 등의 규제가 시행된다. 서울과 6개 광역시 전체, 경기도의 대부분, 일부 충청권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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