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곡물수출 놔둔다더니…러, 합의 다음날 오데사항 폭격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크라이나 남부 최대 수출항인 오데사가 2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우크라이나군이 발표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최대 수출항인 오데사가 2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우크라이나군이 발표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의 최대 수출항인 오데사 항구를 공격했다고 우크라이나군이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오데사항을 통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러시아가 공격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로 다음 날이다.

로이터 통신·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작전사령부는 이날 페이스북에 "러시아군이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2발을 쏴서 오데사 항구 기반시설을 타격했다"며 "다른 2발은 방공망에 격추됐다"고 밝혔다.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크림반도 인근 흑해에 주둔한 러시아 군함에서 발사된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곡물 저장 시설 피해는 없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오데사 공격이 흑해의 안전한 항해를 위협했기에 명백한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전날인 22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엔, 튀르키예 4자가 합의한 이 협정엔 러시아군은 곡물 수출이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항구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군의 오데사 공격은) 야만적인 만행"이라며 "이를 보니 러시아가 협정을 이행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올렉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곡물 수출 협상을 주재한) 유엔 사무총장과 튀르키예 대통령의 얼굴에 침을 뱉은 셈"이라고 비난했다.

소방관들이 23일 러시아군 폭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오데사항에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소방관들이 23일 러시아군 폭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오데사항에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측은 당장 곡물 수출 준비를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국영방송 '서스필네'는 자국군 관계자를 인용해 "우리는 여전히 흑해 항구에서 곡물 수출 재개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기반시설 담당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항구를 통한 농산물 수출을 위한 기술적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이번 폭격으로 전 세계적인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극적으로 합의한 곡물 수출 협상의 이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고 우려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이번 공습을) 명백히 규탄한다"며 "식량난에 처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당사국들의 완전한 약속 이행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번 공격은 전날 협정에 대한 러시아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러시아는 세계 식량 위기를 심화시킨 데 책임을 져야 하기에 합의된 협정을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의 곡물 수출 4자 협상안이 타결됐다. [AFP=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의 곡물 수출 4자 협상안이 타결됐다. [AFP=연합뉴스]

앞서 지난 22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유엔과 튀르키예의 주재로 오데사·유즈네·초르노모르스크 등 흑해 항구 3곳을 통해 곡물 수출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합의안에는 러시아군은 곡물 수출이 진행 중인 항구를 공격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크라이나 선박들이 항구 주변에 설치된 기뢰를 피해 곡물 수송선들이 항해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합의안은 튀르키예에 설립될 예정인 유엔 주도의 공동 조정센터가 곡물 수송선의 안전한 항해를 보장한다고 명시했다.

이 합의안은 120일 동안 유효하다. 양측의 동의 하에 유효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흑해 항로가 열리면 매달 500만t 분량의 곡물을 실어나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흑해 주변에 묶인 우크라이나산 밀과 옥수수 등 곡물은 약 2000만~2500만t에 이른다.

이와 관련, 러시아 국방부는 아직 공식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훌루시 아카르 튀르키예 국방장관이 "러시아 측은 이번 공격에 대해 본인들과 무관하며,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 중이라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