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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에 발묶인 곡물 2000만t 풀린다…오늘 수출 합의문 서명

중앙일보

입력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튀르키예(터키), 유엔(UN)이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재개하는 방안에 21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오데사 지역에 노동자들이 수확한 보리를 보관소에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오데사 지역에 노동자들이 수확한 보리를 보관소에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구를 재가동하는 합의문에 내일(22일)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열리는 합의 서명식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주재하고 우크라이나·러시아 대표단이 참석하는 형식이다.

메블레트 카부소글루 튀르키예 외교부장관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스탄불에서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다”며 4자간 합의문 서명식이 열릴 것을 예고했다. 유엔 관계자 역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21일 오후 이스탄불에 도착했다고 알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 오후 늦게 비디오 연설을 통해 “우리의 항구 봉쇄 해제와 관련한 소식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영국 BBC 방송에 “유엔 주도로 곡물 수출의 봉쇄 해제와 관련된 회담이 22일 열릴 예정이며, 합의문 서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 대표단은 지난 14일 이스탄불에서 4자 협상을 열고 흑해 항로의 안전보장 조정센터 설립과 함께 곡물 수출입 항구에 대한 공동 통제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이들 대표단은 이번 주 협상을 재개해 세부 사항을 검토하고 최종 합의문 서명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다만 최종 합의까지 낙관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르히이 키슬리차 유엔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아직 합의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전체 당사자가 현재도 협상을 진행 중이며, 협상이 최종 타결되고 이대로 발효된다면 엄청난 수의 선박이 우크라이나 항구를 드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가 발효되면 그간 전쟁으로 수출길이 막혔던 우크라이나의 밀과 옥수수 등 곡물 2000만t이 국제 곡물 시장에 나올 수 있게 된다. 이 물량이 풀리면 급등했던 글로벌 곡물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전 직후 밀‧보리‧해바라기씨 등 곡물의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항구가 봉쇄되면서 아프리카와 중동 등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의존도가 높은 수입국들은 식량난에 빠졌고, 글로벌 식품 시장은 가격 상승 충격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7개국에서 곡물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촉발됐다”고 전했다.

이날 BBC가 보도한 합의안에는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에서 곡물 운송선이 이동할 때, 러시아군이 공격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운송선이 오데사항 기뢰 부설 해역을 통과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함정이 항로를 인도하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 측이 우려하는 무기 밀반입·반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튀르키예가 수출입 선박을 검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 [로이터=연합뉴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합의안 타결 임박 소식을 환영하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애초에 이런 (수출 봉쇄) 상황이 만들어져선 안 됐다. 식량을 무기화하려는 러시아의 의도적인 결정이었다”면서 “중요한 것은 합의 이행인만큼, 우리는 러시아가 책임지고 합의 내용을 이행하도록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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