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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방영하는 시즌, 티빙 품에 안긴다…KT-CJ ENM의 속내 [팩플]

중앙일보

입력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가 제작했으며 KT의 TV채널인 ENA와 OTT 시즌,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 중이다. [사진 에이스토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가 제작했으며 KT의 TV채널인 ENA와 OTT 시즌,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 중이다. [사진 에이스토리]

CJ ENM의 ‘티빙’이 KT의 ‘시즌’을 품고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1위에 오른다. 넷플릭스라는 절대 강자에 맞서 국내 OTT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K-OTT 지형도 큰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무슨 일이야

KT와 CJ ENM은 14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시즌과 티빙의 통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티빙이 시즌을 흡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합병 기일은 오는 12월 1일이다. 시즌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KT스튜디오지니는 합병 법인의 3대 주주에 오른다. 앞서 CJ ENM은 지난 3월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집행하기도 했다. 두 회사는 앞으로도 미디어·콘텐트 부문 시너지를 위해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왜 합치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거거익선’ 티빙: 티빙은 시즌을 흡수하며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합작 OTT 웨이브를 제치고 국내 OTT 시장 2위 자리를 굳히게 됐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OTT 활성이용자수(MAU)는 넷플릭스가 1117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웨이브(423만 명)가 티빙(402만 명)을 근소하게 앞섰다. 티빙이 시즌(지난달 MAU 157만명)을 흡수하면 단순 합산으로 이용자 수가 약 560만 명으로 늘어난다. 이 경우 티빙은 넷플릭스를 바로 뒤에서 쫓는 토종 OTT 1위에 올라선다.

최근 티빙은 아시아 최초로 글로벌 미디어그룹 파라마운트의 OTT ‘파라마운트+’ 콘텐트를 서비스하는 등 플랫폼 확대에 공을 들였다. 지난 2월에는 2500억원 규모의 외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티빙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콘텐트 경쟁력과 OTT·통신 결합 등 전방위 시너지를 발휘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OTT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콘텐트 신흥강자’ KT: KT는 플랫폼보다 지적재산권(IP) 경쟁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최근 KT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구필수는 없다’ 등 오리지널 콘텐트가 잇따라 흥행하며 제작 역량을 인정 받았다. KT스튜디오지니는 ‘굿잡’‘얼어죽을 연애 따위’‘사장님을 잠금해제’ 등 올해에만 10편의 오리지널 콘텐트를 준비 중이다.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은 “국내 미디어·콘텐트 시장은 글로벌 OTT의 각축장이자 핵심 콘텐트 공급원이 됐다”며“보다 신속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번 통합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최근 선보인 오리지널 콘텐트가 성공 가도를 달리며 자신감을 얻게 됐다”며 “앞으로 미디어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활용한 콘텐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며 CJ ENM과 협업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게 왜 중요해

강호성 CJ ENM 대표(왼쪽)와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지난 3월 21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East에서 콘텐츠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KT]

강호성 CJ ENM 대표(왼쪽)와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지난 3월 21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East에서 콘텐츠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KT]

● 시너지 얼마나 날까: 이번 합병으로 KT와 CJ ENM은 강력한 미디어 가치사슬과 플랫폼 파워를 공유하게 됐다. 두 회사가 전략적 투자로 독점 IP를 확보하면 이는 KT의 TV채널 ENA와 인터넷(IP)TV 올레tv, CJ ENM의 tvN을 통해 공동으로 유통할 수 있게 된다.

티빙 앱의 사용자 확보 면에서도 긍정적이다. 기존 티빙 앱은 이용자가 직접 내려받아 설치해야 했지만 KT가 개통하는 스마트폰에 티빙 앱을 선탑재할 경우 KT의 신규 가입자를 티빙의 잠재적 이용자로 흡수할 수 있다. 지난 5월 기준 신규 가입·번호이동·기기 변경을 통해 KT에 새로 유입된 이용자는 약 42만 명이다.

● OTT 합종연횡에 가속도: 최근 2년간 급성장한 국내 OTT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 들고 있다. 1200만 이용자를 확보한 넷플릭스의 가입자 증가세가 한풀 꺾였고, 그 뒤를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시즌, 왓챠 등 ‘고만고만’한 플랫폼들이 나눠 갖고 있었다.

티빙과 시즌의 결합으로 촉발된 규모의 경제는 OTT 사업자의 합종연횡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2위 자리를 뺏긴 웨이브의 경우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 사업자와 전략적 제휴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오는 11월 독점 계약 1년차를 맞는 LG유플러스와 디즈니플러스가 제휴를 종료할 경우, SK텔레콤이 웨이브와 디즈니플러스의 제휴를 서두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토종 1등인 티빙 역시 국내외 사업자와 제휴를 거듭하며 3등과 차이를 벌리려 하고 있다.

행복한 허니문, 미래는 ‘안갯속’

국내 OTT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덩치 키우기가 곧장 시너지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콘텐트업계 관계자는 “OTT 시장은 양보다 질”이라며 “회원 수가 늘어나고 콘텐트 확보량이 많아진다고 할지라도 제작 역량의 시너지가 없다면 합병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간 8조원의 콘텐트 투자 비용을 쏟아붓는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볼만한 콘텐트 제작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OTT 시장이 더욱 성장하고 활성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또 다른 콘텐트업계 관계자는 “토종 OTT 서비스가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와 견주어 비등한 덩치로 큰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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