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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적과의 동침' 택한 IPTV의 반격…오리지널 아니어도 괜찮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극장 개봉을 앞둔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 1은 향후 IPTV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사진 CJ ENM]

극장 개봉을 앞둔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 1은 향후 IPTV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사진 CJ ENM]

인터넷TV(IPTV) 3사가 ‘적과의 동침’을 선택했다. 3000억 원을 투자해 콘텐트 공동 수급에 나선다. 대작 콘텐트를 독점 공개해 온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대한 대응책이다.

무슨 일이야

한국IPTV방송협회는 8일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가 ‘콘텐트 전략적 공동 수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IPTV 공동수급 운영위원회를 결성하고 총 3000억 원을 콘텐트에 투자하기로 했다. 첫 작품으로 최동훈 감독의 장편영화 ‘외계+인 I’을 공동 수급하기로 했다. 극장 개봉 후 해외 OTT에만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3사가 공동 수급하면서 국내 IPTV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3사는 앞으론 IPTV 오리지널 콘텐트와 지식재산권(IP) 등 독점 자원도 확보할 계획이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 단계에 기금을 투자해 IPTV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트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게 왜 중요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① OTT 대작 콘텐트 쏠림 해소 : 최근 넷플릭스·티빙 등 OTT의 독점 오리지널 콘텐트가 인기를 끌면서 IPTV의 주문형비디오(VOD) 수요가 줄었다. 이로 인해 IPTV 가입자 증가 폭도 주춤한 상태. 지난해 IPTV 가입자 수는 1969만 명(단말 장치 수 기준)으로 전년 대비 115만 명 늘었다. 직전 5년간 IPTV 가입자 수가 연평균 약 150만 명씩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줄어든 상황. 위기감을 느낀 IPTV 3사는 개별 기업 간 점유율 싸움에서 벗어나 공동 콘텐트 수급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 대작 콘텐트가 자금력이 풍부한 OTT로 독점·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협회 관계자는 "공동 수급을 통해 콘텐트 흥행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대작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② 미디어 생태계 활성화 : IPTV협회는 3사 협력에 대해 “특정 플랫폼의 독점으로 붕괴하고 있는 콘텐트 가치사슬(밸류 체인)을 정상화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방송 송출 후 OTT로 직행하거나 유망 콘텐트가 구상 단계부터 OTT로 넘어가는 사례를 겨냥한 것이다. 협회 측은 “거대 글로벌 자본 중심으로 국내 콘텐트 독점이 심화하고, 제작사의 콘텐트 IP 전부가 해외로 넘어가는 사례가 많다”며 “국내 콘텐트 제작사가 단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로 전락해 국내 콘텐트와 미디어 산업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협약으로 시청자들의 시청권이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③ 투자사 다변화 제작사도 반겨 :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 입장에선 대규모 투자비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넷플릭스의 경우 ‘오징어게임’ ‘킹덤’ 등 한국에서 제작하는 드라마 시리즈에 200억~3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해왔다. 투자사가 많아지면 창작자와 제작사가 생산할 수 있는 콘텐트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 3사는 국내 콘텐트 활성화를 위해 독점 콘텐트라 할지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OTT에 이를 유통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8일 '콘텐트 공동 전략 수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한국IPTV방송협회에서 체결했다. [사진 한국IPTV 방송협회]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8일 '콘텐트 공동 전략 수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한국IPTV방송협회에서 체결했다. [사진 한국IPTV 방송협회]

공동수급, 통할까

업계 안팎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오리지널 IP가 성장을 주도하는 최근 콘텐트 시장에서 ‘공동 수급’ 중심의 투자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PTV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료 방송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업체 간 점유율 경쟁은 더는 큰 의미가 없다”며 “중복 투자를 막고 효율적으로 자금을 집행해 좋은 콘텐트 생산에 주력한다면 시장 자체가 커지고 IPTV 업계도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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