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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안보고 혈당관리? 저혈당 바늘센서, 센스 없으면 무용지물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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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연속혈당 측정기 가이드

연속혈당 측정기는 피부에 붙인 센서를 통해 혈당 상태를 실시간 알려준다. 인성욱 객원기자

연속혈당 측정기는 피부에 붙인 센서를 통해 혈당 상태를 실시간 알려준다. 인성욱 객원기자

최근 당뇨병 환자의 혈당 관리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손끝을 찌르지 않아도 혈당을 실시간 알려주는 연속혈당 측정기가 나타나면서다. 기존엔 당뇨병 환자가 혈당을 측정해야 할 때마다 손가락 끝에 바늘을 찔러 피를 낸 다음 자가 혈당 측정기를 통해 포도당을 수치로 측정했다. 하루 1~2번에서 많게는 8번까지도 손끝을 찔러야 해 통증은 물론 번거로움으로 인한 불편감이 적지 않았다. 반면에 연속혈당 측정기는 채혈 없이도 기기가 연속해서 혈당을 알려준다. 혈당을 여러 번 재야 하는 당뇨병 환자에겐 ‘반가운 손님’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선 다음 달부터 1형 당뇨병 환자가 연속혈당 측정기를 사용하는 연속혈당 측정 검사에 대해 보험 급여 혜택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이 기기 사용자는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당화혈색소와 합병증 위험 낮춰

지난해 연속혈당 측정기 사용으로 인한 한국인의 혈당 조절 개선 효과가 연구결과로 처음 입증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재현 교수팀이 2010~2019년 1형 당뇨병 소아청소년 환자 75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연속혈당 측정기 사용 그룹을 중심으로 평균 당화혈색소가 8.56%에서 8.01%로 낮아졌다. 김재현 교수는 “이들 당뇨병 환자 가운데 연속혈당 측정기를 사용하는 비율은 1.4%에서 10년 만에 39.3%로 28배 증가했다”며 “이들은 당화혈색소 조절이 수월했고 당뇨병 합병증을 경험할 확률도 낮았다”고 분석했다.

연속혈당 측정기는 팔·배 등의 피하지방에 바늘이 달린 센서를 꽂고, 이 센서가 간질액 내 포도당의 농도를 측정하면 스마트폰 등 수신기를 통해 사용자가 확인하는 방식이다. 실시간 혈당값을 파악할 뿐만 아니라 실시간 혈당값이 1주 이상 쌓이면 하루 여러 번의 손끝 채혈로는 알 수 없던 ‘숨겨진 혈당의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도 큰 강점이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진상만 교수는 “예컨대 식후 혈당이 250~300㎎/dL인 경우 이 혈당이 ‘상승세의 패턴’인지 ‘하락세의 패턴인지’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한데 이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인슐린 투여량과 종류 등을 더 적합하게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당의 변동 폭이 클수록 연속혈당 측정 방식이 유리하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병준 교수는 “고혈당과 저혈당을 오갈 정도로 혈당 변동 폭이 크면 미세 단백뇨 같은 당뇨병 합병증 발병 위험이 커지는데, 이 기기를 통해 실시간 혈당 수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놀이 땐 방수용 테이프 덧붙여야

하지만 아무리 유익해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첫째, 센서의 부착력을 유지해야 한다. 연속혈당 측정기의 정확도는 센서 상태에 달려 있다. 센서의 부착력을 높이려면 센서를 부착할 때 해당 부위에 이물질이 없어야 한다. 로션을 바르지 말아야 하며, 알코올 솜으로 닦은 뒤 알코올이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센서를 붙인다. 센서를 피부에 잘 부착하지 않았거나, 센서가 눌리면 센서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허리·엉덩이 등 앉거나 잘 때 눌릴 수 있는 부위엔 센서 착용을 피하는 게 좋다. 센서는 기본적으로 생활방수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수영·반신욕 등 물에 장시간 몸을 담가야 한다면 센서가 떨어지지 않도록 방수용 테이프를 붙이는 게 권장된다.

둘째, 센서의 유효기간을 지켜야 한다. 국내 시판되는 연속혈당 측정기는 3종이 대표적이다. 실시간 연속혈당 측정기(덱스콤G6, 가디언 센서3), 간헐적 스캔형 연속혈당 측정기(프리스타일 리브레)로 나뉜다. 제품에 따라 센서의 유효기간은 7~14일이다. 김병준 교수는 “이 기간을 넘기면 피부 속 섬유아세포가 센서에 몰려들어 정확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셋째, 저혈당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연속혈당 측정기의 단독 사용보다는 손끝 채혈을 병행한다. 연속혈당 측정기의 센서는 혈관이 아닌, 혈관에서 피하지방 속 간질액(세포와 세포 사이의 액체)으로 이동한 포도당의 농도를 측정한다. 이 때문에 연속혈당 측정기가 알려주는 혈당값은 실제 혈당값보다 평균 5~15분, 심하면 45분 뒤에야 나타날 수 있다. 진상만 교수는 “저혈당이 왔을 때 사탕을 먹으면 15분 정도 후 혈당이 올라 회복될 수 있지만 연속혈당 측정기에선 저혈당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저혈당에 대처해 혈당이 회복됐는지 확인하려면 손끝 채혈을 병행해 혈당 수치를 더블 체크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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