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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쓴 ‘눈물’에 그리움이 흐르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96호 22면

이번 여름 이 책들과 독서피서

장마와 폭염이 여름을 실감하게 한다. 몸과 마음을 식히는 휴가 생각이 간절해진다. 집이든 피서지든 쉬면서, 재충전하면서 읽기 좋은 책 8권을 본지 출판팀과 교보문고 마케터들이 선정해 소개한다. 의미는 뚜렷하고 부담은 많지 않은 책들이다. 15일부터 8월 14일까지 교보문고 매장에서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눈물 한 방울

눈물 한 방울

눈물 한 방울
이어령 지음
김영사

“오래 산 사람을 늙다고 하고(늙었다고)/오래 쓴 물건을 낡다고 한다(낡았다고)./사람과 물건이 다르다는 뜻이다./그 말 하나로 늙은이는 안심해도 좋다./낡은 게 아니라 늙은 것이다(중략)늙은이여, 쫄지 마. ”

언어에, 특히 한자가 섞이지 않은 우리말에 저자는 참으로 예민하다. 생애 마지막 시기에 쓴 노트에도 그 예민함이 번득인다.  익숙한 디지털 기기로 글을 쓰는 것이 더는 힘들어지자, 그는 이 노트에 한 자 한 자 손으로 글을 썼다. 때로는 옆에 그림을 그렸다. 어느날은 이렇게 썼다. “오늘 그 공허로 하여/그림을 그린다./모든 것들을 그리워한다./그리다는 그림이고 그리움이다.”

이 책 『눈물 한 방울』은 그가 올해 2월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까지, 2년여에 걸쳐 노트 한 권에 쓴 110편의 글을 실었다. 동서고금을 하나로 꿰는 지적인 사유부터 병마와 싸우며 다가오는 죽음을 혼자 마주하는 심경,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비롯한 개인적 기억 등이 고루 담겨 있다. 내면의 기록이자, 낡지 않은 생각의 기록, 그리움의 기록으로도 다가온다.

동시대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평생 160여 권의 저서를 쓴 그이건만, 이 노트의 글을 그는 ‘낙서’라고 불렀다. “낙서가 너무 깨끗하다. 아무래도 나는 범생인가 보다” 탄식하고는 “아무렇게나 써. 뒷간 벽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써봐”라고 스스로 권한다. 또다른 글에서는 “낙서의 장소로 가장 이상적인” 곳으로 화장실을 꼽았다. 그의 표현대로 옮기면 ‘뒷간’ 혹은 ‘변소’다. 이곳은 “사적 공간이면서도 막상 어떤 개인도 소유할 수 없는 공적 공간”이니, 이곳의 낙서 역시 “가장 은밀한 것이면서도 공개된 벽보와 같이 노출되어 있다”는 그의 해석이 이어진다. 이 노트를 단지 사적인 기록으로만 쓰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된다.

『눈물 한 방울』은 ‘디지로그’와 ‘생명자본’에 이어 ‘눈물 한 방울’이라는 그의 고갱이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노트에 “저는 눈물이 부끄러워 울지도 못해요”라고 썼듯, 그는 눈물이 흔한 사람이 아니었을 터. “내 슬픔은 나 혼자의 것이니 참을 수 있다./하지만 누가 함께 슬퍼하면 나는 견디지 못한다./남이 슬퍼하는, 나를 슬퍼해주는 타인의 중량이 너무 무거운 탓이다.//내 역성을 들어주는 사람 앞에서 나는 울었다./얼마든지 용감하게 싸울 수 있는데/죽음과 맞서 싸울 수 있는데/누가 내 손을 잡고 상처를 불어주면/나는 주저 앉는다.” 이 책에는 마치 시처럼, 그가 ‘눈물 한 방울’을 흘린 순간들이 여럿 드러난다.

그가 궁극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타인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의 소중함이자 힘이다. 서문에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다”라고도 썼다. 역설적으로, 이 책을 통해 이어령(1934~2022)이라는 지성계 거인의 눈물을, 그 인간적 내면을 헤아리게 된다. 그의 명성만 들어본 독자에게도, 그의 지성에 이미 감탄한 독자에게도 두루 권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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