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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농사는 풍작인데… 4할대 승률 머무는 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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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 수아레즈(왼쪽)과 피렐라. [연합뉴스]

올 시즌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 수아레즈(왼쪽)과 피렐라. [연합뉴스]

외국인 선수 농사는 풍작이다. 하지만 아픈 선수가 너무 많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힘겨운 중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외국인 선수 걱정이 없다. 실력도 인성도 좋다"고 했다. 허 감독의 말대로 외야수 호세 피렐라(33·베네수엘라),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33·미국), 알버트 수아레즈(33·베네수엘라)의 활약은 눈부시다.

피렐라는 최근 슬럼프를 겪었지만 여전히 타격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타율 4위(0.331), 홈런 4위(12개), 타점 7위(49개), 최다안타 4위(94개), 출루율 2위(0.412), 장타율 4위(0.529) 등 도루를 제외한 전 부문에서 10위 이내다. 도루(7개)도 팀내에선 김지찬(17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3년째 한국에서 뛰고 있는 뷰캐넌은 여전하다. 16경기에서 6승 5패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새로 입단한 수아레즈도 16경기 4승 5패 평균자책점 2.48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두 투수 모두 승운이 따르지 않을 뿐 경기당 6이닝은 가뿐하게 던져주면서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세 선수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스포츠투아이 기준)는 8.60으로 10개 구단 1위다.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 [뉴스1]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 [뉴스1]

삼성은 벌써부터 내년이 걱정이다. 샐러리캡(연봉 합산 제한)이 도입되면서 외국인 선수 몸값도 상한선을 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확정된 건 아니지만 400만 달러(약 52억원)가 유력하다. 이 기준이라면 삼성으로선 셋 모두와 재계약하기 쉽지 않다. 뷰캐넌은 올해 연봉과 계약금 총액 170만 달러, 피렐라는 120만 달러, 수아레즈는 100만 달러에 사인했다. 합계 390만 달러. 재계약시 연봉 인상을 요구하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

다른 구단들은 이런 삼성이 부럽다. 외국인 선수 때문에 고민이기 때문이다. 이미 4개 구단은 6명의 외국인 선수를 바꿨다. 현지에 구단 직원을 보내 대체선수를 찾고 있는 구단도 여럿이다. 메이저리그 최저연봉 인상, 택시 스쿼드 운용 등으로 마이너리거들을 데려오기도 힘들어졌다. 지금 계약하면 신규 선수 기준(100만 달러)으로 잔여연봉만 줄 수 있기 때문에 수준급 선수를 데려오긴 더 힘들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울상이다. 4일 현재 순위는 6위지만 승률은 4할대(0.455, 35승 42패)에 그치고 있다. 5위 KIA 타이거즈에겐 3.5경기 차로 뒤져 있다. 지난해 KT 위즈와 1위 결정전을 치르는 등 6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올해는 가을 야구를 장담하기 힘든 처지다.

오히려 하위권 팀들의 추격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7위 롯데 자이언츠와는 승차가 없고, 8위 두산 베어스와도 1경기 차다. 심지어 9위 NC 다이노스도 3.5경기 차까지 추격했다.

올해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는 삼성 구자욱. [연합뉴스]

올해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는 삼성 구자욱. [연합뉴스]

삼성이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상이다. 지난해 3할 타율(0.307)과 함께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던 구자욱은 세 번이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햄스트링 부상 때문이다. 회복에 시간이 걸리고, 재발 위험이 높은 부위다. 지난해 FA를 1년 앞두고 5년 계약(총액 120억원)을 맺었는데 40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허삼영 감독은 "장기계약을 맺었다고 빠질 선수는 아니다. 승부근성이 있다"고 감쌌지만, 빈 자리는 느껴진다.

시즌 초반 팀을 이끌었던 톱타자 김지찬도 전열에서 이탈했다. 결승타를 4개나 치고 도루 1위를 다퉜지만, 지난달 18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왼 허벅지 근육이 손상돼 6주 이상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베테랑 내야수 이원석과 김상수도 각각 허벅지와 장요근 부상이다. 이들의 빈자리를 메웠던 신인 내야수 이재현도 한 달 이상 빠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부상자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재현은 지난 3일 NC와 경기에서 선발 출전했다. 이원석은 지난달 29일부터 퓨처스(2군) 리그 경기에 뛰고 있다. 5경기에서 15타수 4안타를 기록했는데, 홈런이 하나, 2루타가 2개다. 구자욱도 2일부터 캐치볼과 티배팅을 시작했다. 여름에 강해 '여름성'이라 불렸던 삼성이 외국인 선수들과 돌아온 부상자들을 앞세워 반격에 나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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