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 빼" 분노 부른 헌재소장 공관, 유지비만 年 4000만원 넘게 쓴다

중앙일보

입력 2022.06.22 19:53

업데이트 2022.06.23 01:59

서울 종로구 삼청동 헌법재판소장 공관 모습. 대지 2810㎡(850평), 임야 8522㎡(2578평)의 넓은 부지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이수민 기자

서울 종로구 삼청동 헌법재판소장 공관 모습. 대지 2810㎡(850평), 임야 8522㎡(2578평)의 넓은 부지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이수민 기자

헌법재판소장 공관 측의 요청으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청와대 인근 탐방로가 끊긴 후 ‘후진국형 공관 문화’라는 비판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헌재 측이 많게는 1년에 1억 원 이상의 공관 운영 예산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공관 운영 자체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점에서 각 지자체 공관처럼 시민에게 개방하거나 매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헌재소장 공관, 유지비만 4000만 원 이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2일 헌재의 ‘헌법재판소장 공관 예산 및 집행내역’에 따르면 삼청동 헌재소장 공관을 운영하는 데 연간 4000여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의 경우 공공요금 및 제세(1509만원), 공관 유류비(1465만3000원), 일용 임금(685만1000원) 등 총 4234만7000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당시 경비시설을 새로 지으면서 발생한 설계 및 공사비 7199만8000원을 합칠 경우 1년간 총예산 집행액은 1억1434만5000원에 달했다. 헌재 측 관계자는 “경비시설 확충 등 돌발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통상 한해 4000만~5000만 원이 공관 예산으로 쓰인다”며 “일용 임금은 환경미화, 임야관리 등 간헐적인 인건비로 쓰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헌재소장 공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 한 동으로 대지면적 2810㎡, 건물면적 1051㎡ 규모다.

세금 쓰는데도 정보공개 의무는 ‘예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문가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공관이 운영된다는 점에서 예산 정보를 상시로 공개하고 납세자인 국민의 감시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각 지자체장 관사 운영 현황 등과 달리 헌재소장 등의 공관 관련 운영예산은 일반 국민이 알 수 있는 통로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 입장에선 공관 운영에 실제 얼마의 예산이 쓰이는지를 인터넷이나 관보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국내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6조(공공기관의 의무)와 9조(비공개 대상 정보)에 따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정부 각 부처와 검찰, 지방자치단체 등은 부서별 업무 성격을 고려해 어떤 정보를 공개할 수 없는지와 비공개 대상정보의 세부기준도 공개하고 있다.

19일 오후 폐쇄된 금융연수원 앞 등산로 입구. '출입금지' 표시와 함께 '청와대~북악산 탐방안내소 이전'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수민 기자

19일 오후 폐쇄된 금융연수원 앞 등산로 입구. '출입금지' 표시와 함께 '청와대~북악산 탐방안내소 이전'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수민 기자

그러나 헌재를 비롯해 국회와 법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보공개 의무 대상에서 일부 제외된다. 세입세출 각목명세서를 비롯해 예산·지출의 세부사항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타 정부 기관이나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와 비교된다. 지자체의 경우 조례로 공관 관련 예산을 공개할 수 있게 돼 있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헌재 소장처럼 현재 단독주택형 관사를 사용 중인 곳은 강원도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건물면적(414.2㎡)은 헌재소장 공관의 40% 수준으로 작다. 세부 항목만 놓고 봐도 차이가 난다. 강원도의 경우 2020~2021년 한 해 평균 전기·도시가스·수도요금, 소독·소(小)수선 비용으로 530여만 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헌재소장 공관은 공공요금만 연 1500만원이 넘는다.

국유재산법에도 허점 “투명성 확보해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문가들은 공관 폐지가 잇따르는 시대적인 흐름에 맞춰 헌재소장 공관 역시 민간에 개방하거나 매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고위 공직자라고 특권을 누려선 안 된다”며 “하루빨리 공관은 사라져야 한다. 벌써 늦었다”라고 말했다.

국유재산법상에도 허점이 많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관 운영 근거 법령을 같은 법 시행령에 두고 있으나 국유재산으로서의 범위만 나열하고 있어서다. 현재 ‘공무원 주거용 재산 관리 기준’ 등이 있으나 어겨도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 등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홍기용 인천대(경제학부) 교수는 “납세자에게 적어도 공관 투입 비용의 총액이라든가 핵심적인 계정과목 등은 소상히 설명하고 국민의 감시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0일 청와대 개방과 함께 닫혔던 헌재소장 공관 인근 탐방로가 열렸으나 헌재 측의 소음피해,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지난 2일 다시 폐쇄됐다. 이 때문에 한국금융연수원~춘추관 뒷길~백악정으로 이어지는 길이 초입부터 끊겼다.

이후 해당 등산로를 찾은 등반객들이 헌재소장 공관 앞에서 수백m를 돌아가야 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등산로 폐쇄 후 영업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호소한다. 인근의 한 중식당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속 처음으로 매출이 30~40% 올랐는데 등산로 폐쇄 후 다시 반 토막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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