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소장 공관 매각하라" 靑등산로 막은 관사에 불만 쇄도

중앙일보

입력 2022.06.21 17:00

업데이트 2022.06.21 19:57

19일 오후 폐쇄된 금융연수원 앞 등산로 입구. '출입금지' 표시와 함께 '청와대~북악산 탐방안내소 이전'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수민 기자

19일 오후 폐쇄된 금융연수원 앞 등산로 입구. '출입금지' 표시와 함께 '청와대~북악산 탐방안내소 이전'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수민 기자

30억원 자산가 헌재소장, 공관 사용 중 

“(헌법재판소장) 공관 때문에 국민이 헛걸음해야 하다니”(네이버 아이디 kd****)

“세금낭비 그만하고 공관 매각하라”(다음 아이디 경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공관 측 요청으로 청와대 인근의 등산로가 막혔다는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21일 오후 3시 현재 네이버와 다음,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올라온 중앙일보 기사에는 2868개의 댓글이 달렸다. ‘하루 3000명 발 돌린다…靑 등산로 막은 헌재소장 관사, 무슨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등산로 폐쇄는 물론이고 헌재소장의 공관 사용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대부분이다.

헌재소장은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에 이어 국내 의전서열 4위다. 현재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맞은편 북악산 등산로 인근에 대지 2810㎡(850평), 임야 8522㎡(2578평) 규모의 공관을 사용 중이다. 헌재소장 공관 측은 최근 소음피해 등을 이유로 문화재청에 등산로 폐쇄를 요청했고, 한국금융연수원~춘추관 뒷길~백악정으로 이어지는 길이 초입부터 막힌 상태다.

당초 헌재소장 공관 주변 등산로는 지난달 10일 청와대 개방과 함께 일반에 공개됐다. 블로그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해당 코스가 소개될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주말이면 평균 3000여명의 등산객이 몰렸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등산로 개방에 따른 소음피해를 호소한 헌재 측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2일 등산로를 폐쇄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문화재청 “등산로 막은 법적 근거는 없다”

등산로가 중간에 끊기자 등산객과 인근 상인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등산로 폐쇄 후 시민들은 400~500m 떨어진 삼청안내소나 춘추관 입구까지 돌아서 산행을 하는 상황이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청와대 개방’이라는 호재가 겹치며 매출이 반짝 올랐던 주변 상인들도 다시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겨 울상을 짓고 있다.

헌재소장 공관 주변의 등산로를 막은 법적·제도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등산로를 막을) 법적 근거는 없지만, 헌재 쪽에서 공관 보안 등을 이유로 (폐쇄) 요청을 해왔다”며 “등산로 일부가 헌재 소유 부지라 헌재 측 의사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원래 예전부터 등산로로 활용되던 길이 아니었다. 청와대 임시개방 에 맞춰 잠시 열었다 닫은 것이다. ‘원상복구’로 이해해 달라”며 “실제로 보면 (공관) 담벼락이 굉장히 낮다. 사생활 침해나 소음 문제뿐만 아니라 월담 등 보안 문제를 특히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아무리 헌재 소유의 땅이라지만 길까지 막은 것은 국민들의 기본권인 보행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한다. 신동운 변호사(법무법인 서인)는 “우리 국민 누구나 자유롭고 안전한 이동권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국가는 이런 기본권의 부당한 침해를 배제해야 할 의무가 있고, 기본권을 제한할 경우라도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또 “헌재 공관 측의 땅이라도 불가피하게 통행을 제한할 경우 최소한의 범위에 그쳤어야 했다”며 “공관에 가벽을 설치해 (소음·사생활 피해로부터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등의 방법들을 고려하지 않고 통행로 자체를 제한하는 건 과도한 침해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 등산로 주변 헌법재판소장 공관 모습. 이수민 기자

청와대 등산로 주변 헌법재판소장 공관 모습. 이수민 기자

후진국형 공관 퇴출 분위기 역행

상당수 네티즌과 시민들 사이에선 “세금을 낭비하는 (헌재소장) 관사 등을 매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후진국형 공관(관사) 문화가 공직사회에서 퇴출되는 사회 현상과도 거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이번에 폐쇄된 등산로 주변에서 운용 중인 관사는 헌재소장 공관이 유일하다. 옛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이 사용하던 공관은 청와대 개방 후 모두 비어있는 상태다.

앞서 6·1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시장·도지사들도 속속 관사 폐지를 약속한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김영환 충북지사 당선인, 김태흠 충남지사 당선인, 박완수 경남지사 당선인이 관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엔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김 당선인은 관사(부지면적 9225㎡·연면적 813㎡) 대신 수원 광교신청사 주변 아파트에 사비를 들여 입주할 예정이다.

시민사회단체들도 “하루빨리 공관 시대를 마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고위 공직자들의 관사는 봉건국가의 잔재”라며 “선진국에서는 이런 곳에 세금을 쓴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헌재소장 공관은) 청와대처럼 개방해 일반 국민시설로 전환하든가 정 안되면 매각하는 방향이 옳다”며 “헌재소장이나 대법원장의 경우 자택에서 출퇴근하는 게 맞다”고 했다.

한편, 헌법재판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공직자 재산 변동사항’에 따르면 유 헌재소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가액 7억5683만원의 아파트를 비롯해 총 33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하루 3000명 발 돌린다…靑등산로 막은 헌재소장 관사, 무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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