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산업은행(산은)에서 직원들의 이직이 가속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산은의 부산 이전 추진이 현실화하는 데 따른 여파다.
20일 산은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최근까지 산은 직원 중 전문직을 포함해 40명(임금피크제 대상 제외) 안팎의 인원이 중도 퇴사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산은 직원 평균 연봉은 1억1370만원으로 금융공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산은에서는 이전에도 매년 40명 수준의 인원이 이직 등의 이유로 퇴사를 했는데, 올해는 반년 만에 비슷한 수의 인원이 중도 이탈한 셈이다.
타 금융사로 옮길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전문직이나 젊은 직원들 중심으로 이탈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산은 직원은 "누가 어디로 이직한다는 얘기가 계속 들리다 보니 회사 분위기가 매우 뒤숭숭하다"며 "하반기 채용시장이 열리면 이탈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인력 이탈이 많아지자 산은은 최근 석·박사 학위 소지자 및 변호사 자격 소지자 등 15명의 신규 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정기 공채시즌도 아닌데 전문인력을 두 자릿수나 모집하는 일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7일 임명된 강석훈 산은 신임 회장은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로 본점 집무실에 들어서지 못한 채 인근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부산 이전 반대 집회를 열고 이전 계획 철회를 위해 강 회장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과 3월 부산을 방문해 산은 부산 이전을 거듭 약속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회를 설득해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하고 KDB산업은행을 여의도에서 부산으로 옮기겠다"며 "부산을 세계적 해양도시, 무역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