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번 발의, 다 묵살됐다…'교육감 직선' 폐지 안하는 국회 속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2010년 부산시교육감 후보에 출마한 한 후보 운동원들이 부산 남구 경성대 입구에서 '로또 선거 안된다'라는 피킷을 들고 선거운동을 펼쳐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2010년 부산시교육감 후보에 출마한 한 후보 운동원들이 부산 남구 경성대 입구에서 '로또 선거 안된다'라는 피킷을 들고 선거운동을 펼쳐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주민 세금 부담의 과중. 투표율의 극심한 저조로 인한 대표성 결여. 진정한 일꾼보다는 정치바람에 의한 부적격자의 당선 가능성. 교육정책의 질과 수준의 저하….”

교육감 선거 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2008년 국회에 발의됐던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이시종 의원 대표발의)의 제안 이유 중 일부다. 2007년 첫 교육감 직선제가 시작된 바로 다음 해에 “직선제에 문제가 있으니 바꾸자”는 법안이 나온 것이다. ‘낮은 투표율’ ‘유권자의 무관심’ ‘비효율적 선거’라는 문제점은 지금도 그대로다. 국회는 15년간 10건의 직선제 폐지 법안을 내놨지만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조국 사태'에 밀린 교육감 선거 개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회는 교육감 직선제의 문제점을 오래 전부터 인식하고 있었지만, 논의는 뒷전으로 미뤘다. 2019년 시·도지사와의 러닝메이트 방식으로 교육감 입후보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법안을 발의한 김한표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교육위에서 조국 사태와 같은 정치적 이슈가 많아 교육감 선거제도와 같은 문제는 제대로 논의할 새가 없었다”며 “당내는 물론 교육계에서도 개선안을 내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얘기했던 이슈인데 항상 현안이 많았다”고 했다.

보수 정당 측에서는 ‘진보교육감 전성시대’였던 만큼 민주당이 협조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2014·2016년 시·도지사 임명제로 선거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발의한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려면 민주당의 협조가 있어야 하는데, 민주당 입장에서 아쉬울 게 없으니 당연히 안 해주지 않겠나”라며 “임명제든 러닝메이트든 선거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 자체에 큰 관심이 없으니 ‘내봐야 뭐 하나’ 싶었다”고 했다.

물론 논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 교육감 권한 문제나 정치 중립성 등을 지적하는 의원들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선출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논의도 2018년 정개특위에서 진행됐지만, 지방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이라 결국 “일단 이번 선거를 하고 다음에 더 심도 깊은 논의를 하자”며 종료됐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교육감 선거제 변경을 주장하면서도 두 번이나 “개정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얘기한다”고 전제할 정도로 회의적이었다.

민주당은 직선제 보완에 중점, 앞으로는 기류 달라질까 

2008년 7월 20일 서울 중구 국립의료원 담벼락에 서울시교육감후보자 선전벽보가 붙어있다. 당시 투표율은 15.4%에 불과했다. 중앙포토

2008년 7월 20일 서울 중구 국립의료원 담벼락에 서울시교육감후보자 선전벽보가 붙어있다. 당시 투표율은 15.4%에 불과했다. 중앙포토

민주당은 보수 정당과 달리 선거 제도 변경보다 투표 방식, 후보자 자격 제한 조정 등 직선제의 문제를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후보자 앞의 기호를 없애 정치 중립성을 높이고, 교육·정당 경력을 완화해 유권자 선택권을 넓히는 식이다. 나아가 직선제로 당선된 교육감의 권한을 강화하는 쪽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해 3월 강민정 의원은 현재 대통령에게 있는 시·도 부교육감 인사권을 교육감에게 이관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앞으로는 국회에서도 기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감 선거 방식을 바꾸자는 여론이 직선제 15년을 치르며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높아진 무효표 비율와 '깜깜이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반발이 민주당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김한표 전 의원은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이니 의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한 당이 의지가 없으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공당이 이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