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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 반대쪽에 희생자들 몰려, 흉기로 위협당한 듯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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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2호 14면

10일 대구 변호사 사무실 화재 현장 앞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있다. [뉴스1]

10일 대구 변호사 사무실 화재 현장 앞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있다. [뉴스1]

경찰이 지난 9일 7명이 숨진 대구 변호사 사무실 화재 사망자들이 방화 용의자에게 흉기로 위협을 당한 정황을 확보했다. 방화 용의자 A씨는 화재 전날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10일 대구경찰청·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1차 감식 결과 50대 용의자 A씨는 화재 현장인 대구 변호사 사무실 출입문 쪽에 쓰러져 있었다. A씨 근처에는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가 떨어져 있었다. 최초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 관계자는 “출입문 쪽에서 사무실 중간 방향으로 A씨가 쓰러져 있었는데, 출입구를 막아서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현장의 사망자 발견 위치에서 여느 사건과는 다른 특이점도 찾아냈다. 불이 나면 보통 출입구가 있는 방향으로 뛰쳐나가는 이른바 ‘탈출 행위’가 있는데 그 흔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출입구 쪽에 쓰러져 있던 용의자 A씨 이외 나머지 6명의 사망자는 모두 출입구 반대 방향에 쓰러져 있었다. 이 가운데 2명은 책상 아래 몸을 숨긴 상태로 숨져 있었다. 나머지 4명도 출입구와 용의자 A씨가 있는 방향에서 멀리 떨어진 사무실 탕비실 뒤편 또는 창문이 있는 벽 아래에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감식 등 조사를 더 해봐야 정확하겠지만, 복부에 자상이 있는 사망자가 2명 발견된 점, 흉기가 나온 점 등을 보면 용의자가 사무실에 들어가 인화물질을 뿌린 전후로 흉기를 휘둘렀고, 이에 공포를 느낀 직원들이 몸을 숨기거나 피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가 현재 진행 중인 민사소송과 관련해 앙심을 품고 상대방(피고측)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6단독은 지난 8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 법률(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를 고소한 측은 6년에 걸친 오랜 ‘소송 악연’으로 얽힌 재개발사업 시행사 대표 B씨다. A씨가 불을 지른 변호사 사무실은 이 소송을 대리했던 변호사가 소속된 사무실이다. 참사 당시 이 변호사는 업무 관계로 출장 중이어서 화를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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