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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도 '민들레 모임’ 제동 걸었다…윤핵관이 막아선 윤핵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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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와 장제원 의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와 장제원 의원.

‘민들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려던 국민의힘 의원 모임이 출범하기도 전에 반발에 부딪혔다. 장제원·이용호 의원 등 모임의 주축 의원들은 “단순한 공부 모임”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친윤석열(친윤) 모임”이란 여론의 비판을 받은 데다 이준석 대표에 이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원내대표까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들레 소속 의원들에게 ‘오해 받을 수 있으니 (모임을) 발족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계파 이야기가 나오면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도 모임이 있었는데 결국 당의 분열로 이어져 정권 연장 실패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전날 우크라이나 귀국길에 “국민들께서 좋게 볼 이유가 하나도 없는 모임”이라고 직격했던 이준석 대표는 이날도 “자잘한 사조직”이란 표현을 써가며 비판을 이어갔다. 모임의 좌장 격인 장제원 의원과 운영진으로 참여하는 김정재·송석준·이용호·이철규·박수영·배현진 의원 등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만큼 당내에선 ‘친윤계’로 통한다.

특히, 지도부가 문제삼은 부분은 애초 민들레가 ‘당·정·대’(국민의힘·정부·대통령실) 모임의 성격을 가진 걸로 알려진 점이다. 전날 일부 언론은 민들레를 ‘국정 현안과 정책을 주제로 국민의힘 의원들과 관련 부처 장·차관, 대통령실 관련 수석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로 소개했다. 이는 내각의 장관급과 대통령실의 수석급 이상이 참석하는 기존의 ‘고위 당·정·대’ 모임이나 실무적 협의체 성격의 ‘당·정 협의’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권 원내대표는 “(민들레가) 공식적인 당·정 협의체와 별도로 운영되는 것처럼 비쳐졌다. 정말 부적절한 얘기”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도 “(당·정·대) 연결 기능을 (민들레에) 누가 부여했느냐”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권성동(왼쪽)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왼쪽)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연합뉴스

민들레 의원들은 전날에 이어 거듭 “계파 모임이 아니다”라거나 “오해”라고 반박했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모든 분들이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인데 ‘당 분열’이라고 딱지를 붙이고 ‘사조직’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5선의 정우택 의원과 조해진, 정운천, 조은희 의원 등 추가로 들어온다는 의원들이 많은데 이게 무슨 당 분열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용호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민들레는 아직 출범조차 하지 않았고, 의원 명단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결코 특정인 중심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세력 규합을 위해 구성되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내 논란이 계속되자 민들레 추진 의원들은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이용호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부적으로는 15일에 출범하려고 했으나 시간이 촉박하고, 당 지도부와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도 있어서 출범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며 “속도 조절을 하지만 모임 추진을 중단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들레를 둘러싼 여권 내부의 충돌을 또 다른 시각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윤핵관' 그룹이 분화의 갈림길에 서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윤핵관 중에서도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만들기까지는 정치적 목적이 동일했지만 향후 정치 행보나 당의 진로를 놓고는 꼭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인수위 시절부터 두 사람이 ‘샅바 싸움’을 벌인다는 얘기도 있었다”, “윤핵관이든 누구든 모두 정치인인데, 정치적 견해가 모두 같을 수는 없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이 문제를 과잉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권 원내대표나 장 의원 모두 민들레 문제를 놓고 서로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핵심이자 당·정 협의를 이끄는 당사자인 권 원내대표나, 정치 초년생 윤 대통령에 대한 당 차원의 지원을 고민하는 최측근 장 의원이 자신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주장을 펴는 것일 뿐 두 사람 간 의사소통엔 문제가 없다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장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권 원내대표에게 모임이 외부로 알려지기 전, 운영 방식과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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