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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좋은 김변, 하루아침에 떠났다니" 충격의 대구 법조타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구에서만 20년 넘게 활동하셨어요. 평판이 좋기로 법조타운에서는 유명하신 분이에요.”

1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법조타운에서 만난 이모(41)씨의 말이다. 이씨는 전날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김모(57) 변호사 등 7명이 숨진 사무실 인근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진 않지만) 김 변호사에 대해 나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그런 분이 이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셨다니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건물 앞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화(弔花)가 놓여 있다. 뉴스1

1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건물 앞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화(弔花)가 놓여 있다. 뉴스1

대구 변호사사무실 화재 사고로 숨진 김 변호사에 대한 법조계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평소 그는 온화한 성격으로 지역에서 인망이 두터웠다고 한다. 생전 고인을 알고 지낸 법조인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사람 좋은 김변’이 하루아침에 떠났다니 믿기지 않는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권재칠 대구시변호사회 홍보이사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일도 열심히 하고 주변도 잘 챙겨서 친한 사람이 많은 분이었다.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받았다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유교 경전인 주역을 공부해서 변호사회보에 연재 글을 쓸 정도로 점잖고 교양 있는 분이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3월부터 사망하기 전인 지난달까지 격월로 발행하는 대구시변호사회보 발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법조인들과 폭넓게 소통했다. 회보엔 그가 동료 변호사들과 등산을 가서 양팔을 벌린 채 환하게 웃는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김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석화 대구시변호사회장은 “봉사나 기부 같은 선행에도 열심이었고, 후배들은 따르고 선배들은 아끼던 사람”이라며 “이렇게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다니 황망하다”고 했다.

지난 3월 발간된 대구시변호사회보엔 동료들과 등산 가서 양팔을 벌린 채 사진을 찍는 김 변호사의 모습이 실렸다. 사진출처 대구시변호사회보

지난 3월 발간된 대구시변호사회보엔 동료들과 등산 가서 양팔을 벌린 채 사진을 찍는 김 변호사의 모습이 실렸다. 사진출처 대구시변호사회보

사고 희생자들이 안치된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은 이날도 종일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일부 유족은 밤새 뜬눈으로 장례식장을 지켰다. 유족 측 대표를 맡은 김 변호사의 지인은 “유족들이 심리적으로 공황 상태에 있다. 직접 나서서 감정적인 말씀을 하실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 9일에는 일부 유족들이 가족의 사망 사실을 확인하러 장례식장을 찾아 장내가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슬하에 아들과 딸 1명씩을 두고 있는 김 변호사의 아내는 장례식장에서 “남편에게 아무리 전화를 해도 연락이 안 된다. 우리 남편은 넥타이를 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김 변호사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다 사망한 사촌 동생 김모씨의 아내도 같은 시간대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들은 “내 가족이 왜 이런 일을 당했는지 모르겠다”며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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