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한 실험실 유출 희박하다던 WHO, 이제와서 "추가조사 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이후 세계적으로 최소 63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WHO 홈페이지 캡쳐]

중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이후 세계적으로 최소 63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WHO 홈페이지 캡쳐]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 그룹이 중국 우한 연구소의 바이러스 유출 가능성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WHO가 실험실 유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힌 평가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WHO가 중국을 두둔하며 유출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고 비판해왔다.

WHO가 지난해 10월 출범시킨 신종 병원체 기원 조사를 위한 과학 전문가 그룹(SAGOㆍScientific Advisory Group for the Origins of Novel Pathogens)은 전 세계 27명의 전문 연구자들로 구성돼 있다. 미국과 중국, 캐나다, 일본, 스위스, 영국 등 세계 각국에서 1명씩 선발됐으며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한다.

WHO 전문가 그룹이 발표한 예비보고서. 연구진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 수 있는 핵심 데이터가 빠져 있다″고 밝혔다. [WHO 홈페이지 캡쳐]

WHO 전문가 그룹이 발표한 예비보고서. 연구진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 수 있는 핵심 데이터가 빠져 있다″고 밝혔다. [WHO 홈페이지 캡쳐]

전문가 그룹은 9일(현지시간) WHO에 발표한 첫 예비보고서 결론에서 “현재까지 이용 가능한 모든 조사 결과를 검토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의 시작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 데이터가 현재 누락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발병 초기 환자와 동물, 환경 연구에 필요한 추가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먼저 현재까지 조사된 자료를 토대로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전자 염기서열이 가장 가까운 것은 2013년 중국에서 발견된 리놀로푸스 박쥐(96.1%)와 2020년 라오스에서 발견된 박쥐(96.8%)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유사 수준으로는 발병원으로 단정할 수 없으며 더욱이 중간 숙주는 규명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우한 화난수산물시장과 관련해선 2019년 12월 초기 코로나19 환자들과 시장에서 발견된 환경 샘플의 연관성이 확인됐으며 이는 시장이 초기 확산 통로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마리티에 벤터 전문가그룹 대표는 일단 “발병 과정과 중간 숙주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까지로 볼 때 동물을 통한 최초 발생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심은 발병 근원과 관련해 초기 정보가 근본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우한 수산물시장의 노점과 배수구에서 채취한 환경 샘플을 조사할 필요가 있으며 바이러스의 근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 동물에 대한 후속 연구도 완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한 시장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된 경로에 대한 중국 측의 조사가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최초 발원지였던 우한 화난수산물시장. 철문으로 막힌 틈 사이로 문 닫은 가게들의 황량한 모습이 보인다. 박성훈 특파원

코로나19 바이러스 최초 발원지였던 우한 화난수산물시장. 철문으로 막힌 틈 사이로 문 닫은 가게들의 황량한 모습이 보인다. 박성훈 특파원

전문가 그룹은 중국 측이 제출한 자료에 대한 검토 결과도 공개했다. 코로나 발생 두 달 전인 2019년 10~12월 사이 우한 헌혈자 4만 명에 대한 혈청 샘플을 제공받았으며 이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 양성으로 나온 혈액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진은 2019년 46주차에 우한에서 성인 독감 증상 환자(ILI)가 증가한 데 대한 데이터가 없으며 무증상이나 경미한 환자에 대한 정보가 누락돼 코로나와의 잠재적 연관성을 연구하는 데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전 연도와 비교해 정상 패턴과의 차이를 식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유출설과 관련해 “개별 연구소의 안전과 수칙 이행 유무 등에 대해 동료가 저널에 게재하는 형태로 검증하는 것은 정상적인 관행이 아니다”라며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과학적 데이터를 입수해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WHO는 실험실 유출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보고서는 중국,러시아,브라질의 연구원 3명이 실험실 유출설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명시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