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법사위 못 뺏긴다는 여야…'이재명·한동훈' 변수, 싸움 커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 이 이원의 원내진입으로 법사위는 향후 정국의 최전선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 이 이원의 원내진입으로 법사위는 향후 정국의 최전선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경록 기자.

“법사위만 주면 일사천리일텐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법정기한을 넘겨 표류 중인 국회 원구성 협상을 두고 습관처럼 하는 말이다.

법안의 체계 및 문구 심사와 본회의 상정까지 결정해 단원제 국회의 ‘상원’이라 불리는 법제사법위원회가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누가 법사위원장을 맡을지를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린다. 권 원내대표의 말처럼 양측 모두 법사위원장만 양보하면 일사천리 원구성이 가능하단 입장이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8일 원구성 협상을 재개하지만 타결 전망은 어둡다.

관례 이어 합의까지 파기한 민주당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17대 국회부터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따라 여야나 국회 1·2당이 나눠 맞는 게 관례였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20대 총선에서 우리가 단 한 석 부족했지만, 관례에 따라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국회의장을 양보했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3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검수완박 법안을 규탄하고 있는 가운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5월 3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검수완박 법안을 규탄하고 있는 가운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관례를 깨고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식하며 갈등이 시작됐다.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지난해 7월 21대 국회 후반기엔 국민의힘에게 법사위원장을 넘겨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말을 바꿨다. 지난달에 새로 취임한 박홍근 원내대표가 재협상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당내 국회의장 후보 선출까지 마쳤다. 권 원내대표가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가질 수 없다”며 “민주당이 협조하면 원구성은 일사천리”라고 반발한 건 이런 배경이다.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이후 중대범죄수사청과 언론중재법 등 추가 입법을 위해 법사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순순히 법사위원장을 넘겨줄리는 만무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스1]

국민의힘은 전반기 국회 법사위에 포진했던 여당 ‘처럼회’ 출신의 강경파 의원들이 밀어붙인 검수완박 트라우마가 아직 생생하다. 이들이 후반기 국회에서도 또다시 법사위원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전반기 때 처참한 경험을 하지 않았느냐”며 “국회에선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 우리가 야당”이라고 했다.

이재명과 한동훈이란 변수

정치권에선 여야 두 명의 ‘빅 샷’으로 법사위가 향후 여야 충돌의 최전선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보궐선거로 원내에 진입한 이재명 민주당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방탄 출마’라는 비판을 받으며 금배지를 단 이 의원에 대해 경찰은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도 대장동 의혹 관련 수사 자료를 살펴보는 중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수사가 진행될수록 과거 조국 사태와 같이 법사위에서 여야의 긴장이 고조되는 건 필연적이다. 그 과정에서 회의를 열고 안건을 조정하는 법사위원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 과정에서 야당이 ‘한동훈 탄핵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무위원과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은 국회 재적 과반만 넘기면 가능하다. 그럴 경우 국회측 탄핵소추위원은 법사위원장이 맡게 돼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또 ‘개딸’ 등 강성 지지자를 등에 업고 국회에 입성한 이재명 의원 특유의 ‘입법 드라이브’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검사 출신의 국민의힘 의원은 “이 의원은 법안으로 정치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물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부딪혀 최종적으론 무산되겠지만, 이 의원이 주도해 국회에서 통과시켰다는 것만으로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단 것이다. 다만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갖고 있으면 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강력한 제동을 걸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