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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윤 대통령 “경제위기 태풍권” 작심 경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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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1호 01면

윤석열

윤석열

“경제위기를 비롯한 태풍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와 있다.”

윤석열(얼굴) 대통령이 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6·1 지방선거 승리로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많다는 질문에 “여러분은 지금 집 창문이 흔들리고 마당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걸 못 느끼나. 정당의 정치적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이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선거 승리가 문제가 아니라 민생경제 위기 해결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전날 지방선거 결과가 확정된 뒤에도 정치적 논평 대신 경제 위기 극복을 강조한 바 있다.

위기 징후는 물가 급등으로 확인된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경유·돼지고기·채소 등 어느 것 하나 안 오른 게 없다. 무엇보다 경유·휘발유 등 석유류(34.85%)가 큰 폭으로 뛰었다. 이는 생산·물류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 전반을 위축시키게 된다. 당장 4월만 해도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서 ‘전(全) 산업 생산’ -0.7%, 소매판매 -0.2%, 기업 설비투자 -7.5% 등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하락했다. 수출은 수입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해 무역수지는 4월과 5월 연속 적자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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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앞으로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국제 유가와 국제 식량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거리 두기 해제 등으로 수요 측 압력이 더욱 커졌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과 7월에도 5%대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3년 만에 닥친 5%대 물가와 실물경기 둔화는 한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경고음을 강하게 울리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최근의 한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든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해법이 마땅치 않아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면 경기는 더 얼어붙고, 경기를 부추기면 물가는 더 뛰어오르기 십상이다. 최근의 유가 급등 상황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적 요인이어서 정부로서도 뾰족한 수가 없다. 수도권 대학의 한 경제학부 교수는 “그나마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상승률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 외에는 묘책이 없어 보인다”며 “윤 대통령의 고민도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시한폭탄 같은 가계부채(3월 말 기준 1859조원)에 불을 붙이게 될지 모른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금리가 상승하면 빚을 못 갚는 채무불이행 가구가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힘겹게 버텨낸 민생경제엔 한층 가혹한 시기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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