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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文 고향마저 잃었다…경남 '붉은 물결' 속 유일한 생존지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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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장충남 남해군수 후보가 경남 남해군 남해읍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지지자들과 기뻐하고 있다. 독자 제공

더불어민주당 장충남 남해군수 후보가 경남 남해군 남해읍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지지자들과 기뻐하고 있다. 독자 제공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 후보들이 경남에서 대부분 패한 가운데 남해군수만 살아남았다.

국민의힘이 휩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남 선거판에서 현직 남해군수인 민주당 장충남(59) 후보가 당선됐다. 장 당선인은 역대 남해군수 선거에서 김두관 현 국회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재선에 성공한 민주당 계열 남해군수가 됐다.

장 당선인은 이날 개표 결과 56.14%를 득표하면서 43.85%를 얻은 국민의힘 박영일(67) 후보를 약 12%p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그는 “남해군민의 위대한 승리의 날이다. 민심은 위대했다”며 “지난 4년 동안 쌓아올린 성과 위에 빛나는 금자탑을 세워야 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래픽] 2일 오전 6시 기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군·구의장 정당별 분포. 경남의 시장·군수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대다수 당선됐다. 연합뉴스

[그래픽] 2일 오전 6시 기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군·구의장 정당별 분포. 경남의 시장·군수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대다수 당선됐다. 연합뉴스

盧·文 고향도 잃은 민주당... 남해만 ‘수성’

국민의힘은 이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14곳에서 당선됐다. 진주시, 사천시, 밀양시, 함안군, 창녕군, 산청군, 거창군, 합천군 등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했던 시·군은 상대적으로 일찍 당락이 결정됐다.

의령군, 하동군, 함양군 등 3개 군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이들은 국민의힘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 출마한 당선인이다. 국민의힘은 무소속 당선인의 복당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복당이 될 경우 경남의 국민의힘 기초단체장은 최대 17명으로 늘어난다.

민주당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시에서조차 10%p가 넘는 격차로 패하면서 12년 만에 김해시장 자리를 보수정당에게 내줬다. 김해시는 2008년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4차례 연속 당선돼 ‘민주당 성지’라고 불린 지역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태어난 거제시는 새벽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0.39%p(387표) 차이로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양산시에서도 민주당은 24.12%p의 큰 격차로 국민의힘에게 패했다. 민주당이 현역 기초단체장으로 있던 창원시, 김해시, 양산시, 거제시, 통영시, 고성군, 남해군 등 7곳 중 남해군만 유일하게 수성했다.

지난해 경남 남해군청에서 코로나19 관련 군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는 장충남 남해군수. 연합뉴스

지난해 경남 남해군청에서 코로나19 관련 군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는 장충남 남해군수. 연합뉴스

전·현직 군수 4년 만 ‘리턴매치’... 남해군 숙원사업 안정적 이끈 행정력 평가

이번 남해군수 선거는 4년 만에 치러진 전·현직 군수 간 ‘리턴매치’였다. 장 후보와 박 후보 간 맞대결이었다. 두 후보는 앞서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도 경쟁한 바 있다. 이때는 박 후보가 현직 군수였고, 장 후보는 도전자 격이었다. 당시 장 후보는 재선 가도가 점쳐지던 박 후보를 46.1% 대 40.1%로 6%p가량 앞서며 승리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올해 20대 대선을 치른 지 100일도 채 안 돼 열린 탓에 ‘민주당 심판론’의 여진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장 당선인은 남해군수를 맡으면서 남해군민의 오랜 숙원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끈 성과로 재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남해~여수 해저터널 건립사업과 국도 3호선 창선~삼동 구간 4차로 확장사업을 비롯해 남해군청 신청사 건립 확정,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 경찰수련원 유치, 관광산업 활성화 등 굵직한 지역 현안 사업을 성사시키며 남해 표심을 끌어 모았다.

장 당선인은 “각 읍면 권역별 발전계획과 해저터널 시대를 대비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광 남해를 위한 대규모 민자 유치를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남해군은 이제 막 도약의 기로에 섰으며 어렵사리 확보한 대형 국책사업들이 한둘이 아니다. 차근차근 챙겨서 시행착오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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